황의균 SK해운 사장이 부실자산을 떼어내는 물적분할을 통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해운이 4월1일에 존속법인 SK마리타임(가칭)과 신설법인 SK해운으로 물적분할한다. 기존 SK해운의 부실자산은 SK마리타임으로, 우량자산은 신설 SK해운으로 몰았다. 분할 후 자산은 SK마리타임이 755억4천만 원, SK해운이 4조663억 원을 보유하게 된다.
|
|
|
▲ 황의균 SK해운 사장. |
황의균 사장이 올해 초 SK해운의 수장을 맡았는데 구조조정의 대미를 장식했다고 할 수 있다.
SK해운은 지난해 계약기간이 끝난 선박을 매각하거나 선주에게 반납하는 등 구조조정 물밑작업을 해왔는데 이번에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부실자산을 한꺼번에 털어내게 된다.
황 사장은 전임 SK해운 사장과 달리 해운업 경험이 없다. 대신 SK에너지, SK건설, SK수펙스추구협의회 등에서 핵심보직을 거친 경영전략가로 꼽힌다.
이런 점에서 볼 때 SK그룹 차원에서 황 사장에게 구조조정을 완성하라는 특명을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벌크선사인 팬오션은 2013년부터 법정관리를 거쳤고 2015년 하림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도 경영정상화에 매진하는 등 장기간의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반면 SK해운은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는데 4월에 물적분할하면 구조조정은 곧장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황 사장은 SK해운의 물적분할한 이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장기운송계약과 선박연료유공급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
SK해운은 앞서 시황회복이 불투명한 벌크선을 대거 정리했고 공급과잉 가능성이 있는 초대형유조선(VLCC)의 임대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방어막’을 쳐놓았다.
SK해운은 앞으로 신주를 발행해 3800억 원 정도의 신규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삼성증권에 총수익스와프 방식으로 신주를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 가운데 1600억 원 정도를 재무적투자자의 투자금을 상환하는 데 써 재무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 사장이 자회사 SKB&T의 상장무산 때문에 물적분할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해운은 2012년 선박연료유공급 사업부문을 분할해 100% 자회사 SKB&T를 설립했다. 애초 올해까지 SKB&T를 상장해 재무적투자자의 투자금을 돌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실적악화와 업황불황 탓에 SKB&T 상장은 무산됐다.
SK해운이 기업공개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자 물적분할로 부실자산을 떼어내고 자금유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SK해운 관계자는 “SK B&T 기업공개와 이번 물적분할은 무관한 사안”이라며 “SK B&T 상장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SK마리타임을 지주회사인 SK와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SK해운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다. 물적분할 이후 SK는 SK마리타임 지분 83%를 보유하게 되고, SK마리타임은 SK해운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SK해운은 물적분할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주회사 SK는 SK해운의 재무부담을 줄일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SK해운은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2032억 원, 영업이익 359억 원, 순손실 1056억 원을 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21%, 74% 줄었고 순이익은 520억 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부채비율은 2015년 말 806%에서 지난해 9월 말 1177%까지 악화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