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올해 첫 미국 출장지로 국제가전박람회 ‘CES 2017’를 선택했다. 비슷한 시기 열린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 부회장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업체 CEO들이 가전과 IT업계 최대행사인 CES에 대거 참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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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첨단 ICT기술을 접목한 미래 자동차산업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 인수의 9부 능선을 넘으면서 현대차의 발길도 더욱 바빠지게 됐다.
17일 미국에서 열린 하만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 67%의 동의를 얻어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안이 통과됐다. 일부 소액주주들의 소송제기를 통한 반발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란 악재가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에 9조 원이란 천문학적 액수를 베팅했다. 자동차와 전자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커넥티드카사업의 성장성을 그만큼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놓고 미국정부의 승인이란 마지막 관문만 남겨두고 있다. 인수절차를 마무리하면 하만은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100% 자회사로 운영되며 전장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전장부품 시장규모가 2020년까지 3033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시장규모는 2390억 달러였다.
자동차산업에서 ‘맏형’ 역할로 군림해온 현대차그룹도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미래 자동차시장이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에서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IT기업들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갈 길이 더욱 바빠지게 됐다.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에서 입지를 강화할 경우 현대차그룹에서 부품사업을 담당해온 현대모비스의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
20일 증시에서 아남전자를 비롯해 자동차부품회사 주가가 강세를 보였지만 현대모비스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했는데 삼성전자와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시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 당장은 현대모비스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 전격 발표되자 현대차그룹 사업과 영역이 겹치지 않아 단기적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가 모듈과 차부품에, 하만이 프리미엄 카오디오 등을 하고 있고 오히려 제네시스 EQ900에 하만의 최고급 오디오가 장착되는 등 협력관계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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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 |
또 현재 커넥티드카에 활용되는 텔레매틱스(Telematics: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인포테인먼트 시스템(infotainmaent:차량 운전시 정보와 오락기능을 통합한 시스템)의 기술은 현대모비스와 같은 국내 부품업체들이 일정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진천공장은 국내 최대규모의 자동차 전장부품 전문공장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물론 다임러 등에 멀티미디어와 메카트로닉스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매출은 약 3조 원으로 추산된다. 또 중국 텐진공장과 강소공장, 인도 첸나이 공장 등 해외에도 전장부품 생산의 거점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와 기아차라는 안정적 고객사를 두고 자동차 부품사업 전반에서 지금까지 리딩기업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진출에 따라 투자와 고객사 확보, 관련 인재영입 등 장기적으로 경쟁과 협력의 갈림길에 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3월17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 3년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제철의 등기임원도 함께 맡고 있는데 각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내는 데 역할이 크다는 뜻이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경우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로 전장사업에서 지형도가 크게 바뀔 수 있어 정 부회장이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등 미래자동차 관련 부품사업 전반의 경영능력을 놓고 기대도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