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에 사용되는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중화권업체들에게 기술개발과 자금을 지원하며 부품공급에서 수직계열화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올레드패널 공급의 수혜를 노려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업체들의 진출이 앞당겨질 수 있어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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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이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에 올레드패널을 대량으로 공급받는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출시되는 아이폰부터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이 디스플레이 수급선을 다변화하며 BOE가 수혜를 입게 된 셈”이라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올해 출시하는 아이폰 일부 모델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을 공급받아 탑재한다. 올레드패널의 충분한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사실상 유일한 업체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와 대만 홍하이그룹 등은 내년부터 애플에 올레드패널을 공급하려는 목표를 두고 기술개발과 생산시설 증설에 온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올레드패널에 경험이 전무한 BOE가 수년안에 기술력을 애플의 기준에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끌어올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번 협력논의는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BOE와 홍하이그룹, LG디스플레이 등의 애플 올레드패널 납품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삼성디스플레이와 기술격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애플이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BOE에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을 직접 지원하며 시장진출을 도와 양산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이전에도 부품업체들에 자금과 기술개발을 직접 지원하며 유리한 공급단가로 사전계약을 맺는 방법을 꾸준히 사용해 왔다. BOE와 협력도 이런 방향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홍하이그룹은 이미 자회사인 샤프와 애플의 올레드패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계획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재팬디스플레이 등에도 자금과 기술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애플이 적극적으로 패널업체 육성에 나서는 이유는 올레드패널의 본격적인 탑재를 더 늦출 수 없는데다 삼성디스플레이에 계속 의존할 경우 유리한 부품공급단가 협상도 어렵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부품가격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애플은 수급기반을 빠르게 다변화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여러 업체와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BOE는 올해 중순부터 대형 올레드패널 공장증설을 마무리하고 가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9년부터 별도 신규공장 가동도 시작하는 등 모두 16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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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SK증권에 따르면 중화권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올레드 육성지원으로 생산투자에 자체부담금이 20% 정도에 불과하다. 애플에 기술력도 지원받을 경우 순식간에 글로벌시장에서 주요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BOE가 막대한 생산량을 앞세워 올레드패널 공급을 애플뿐 아니라 중국 스마트폰 고객사 등으로 대폭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만큼 삼성디스플레이에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빠른 시장성장에 대응해 LCD패널 생산라인을 대부분 올레드로 전환하며 공격적인 선제투자를 집행했다. 애플 아이폰 공급 수혜도 크게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체 스마트폰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 물량 대부분을 소화할 수 있지만 글로벌시장에서 공급이 늘어날 경우 결국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진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애플 올레드패널 공급 불확실성에 대응해 접는 스마트폰 등의 출시를 늘리며 올레드패널의 사용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