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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짊어진 짐이 무겁다.
대한항공이 순이익을 낼 수 있도록 체질을 바꿔야 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 첫 단추가 조종사노조와 해묵은 갈등의 해소일 수도 있는데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조원태, 대한항공 체질 개선할까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사장이 올해 들어 사장으로 승진해 대한항공 경영을 전면적으로 책임지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본격적으로 올랐다.
무엇보다 대한항공은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을 1조 넘게 냈지만 순손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한진해운과 관련한 손실이 반영된 탓도 있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높아 금융비용 부담이 큰 만큼 순이익을 내는 데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도 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올해 달러환율과 항공유가 상승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의 실적전망 분석을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2조2941억 원, 영업이익 9253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4.8% 늘지만 영업이익은 17.4% 줄어드는 것이다.
환율이라는 변수는 지난해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쳤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영업이익이 180억 원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저유가의 혜택을 톡톡히 봐 영업이익 1조를 내기도 했지만 올해는 유가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항공유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항공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수백 달러 이상 손실을 입게 된다.
조 사장은 대한항공 실적이 이런 외부변수에 휘둘리지 않도록 안정적 수익기반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조 사장이 호텔사업을 통해 안정적 수익원을 마련하고 미주노선처럼 계절에 따른 수요변동성이 없는 노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본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에 미국의 로스엔젤레스에 73층 규모의 월셔그랜드호텔 건설을 끝낸다. 2014년 2월부터 짓고 있는 73층 규모의 호텔이다. 이 호텔이 영업을 시작하면 자체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 항공사업과 시너지효과도 낼 것으로 대한항공은 기대한다.
대한항공은 월셔그랜드호텔을 짓는 데 13억5천만 달러를 투입했다. 우리돈으로 1조6천억 원에 이르는데 대한항공이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규모다. 이 사업에 거는 대한항공의 기대를 짐작하게 해준다.
조 사장은 미주노선 등 장거리노선의 경쟁력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부터 델타항공과 공동운항을 재개하면서 미주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미주노선은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알짜노선’으로 불린다. 대한항공은 미주노선, 구주노선 등 장거리노선에서 거둔 매출이 2015년 기준으로 전체매출의 절반에 이른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델타항공과 노선을 공동운영하면 대한항공을 통해 미국 중소도시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된다”며 “동남아시아에서 환승하려는 미국 탑승객을 고객으로 유치하는 효과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조종사노조와 갈등 풀어낼까
조 사장이 대한항공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종사노조와 해묵은 갈등을 풀어내야 한다.
대한항공은 조종사노조와 매년 임금협상을 놓고 갈등을 되풀이하고 있다. 조종사가 대한항공 인적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조종사노조와 갈등은 조종사의 이탈을 부를 수도 있어 관계개선이 절실하다.
조 사장이 1월 취임 직후 대한항공일반노조와 대한항공새조종사노조뿐 아니라 조종사노조를 방문한 것도 이런 인식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조 사장은 조종사노조를 방문해서 “앞으로 조종사노조를 더 자주 만날 것”이라며 “조종사노조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중간점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사노조는 지난해 연말 부분파업을 벌인 뒤 1월15일 이후 파업을 중단하고 있는데 조 사장의 새로운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조 사장이 조종사노조에서 요구하는 임금인상의 눈높이에 맞출 재간이 없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조종사노조와 협상에서 1.9% 임금인상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조종사노조의 요구안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조종사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할 경우 대한항공은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안게 된다.
조 사장으로서는 진정성을 앞세워 조종사노조를 설득할 길밖에 없어 보인다. 조 사장이 이렇게 조종사노조와 갈등을 해결한다면 대한항공 체질개선을 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