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호주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3년 연장하고 규모를 2배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호주 중앙은행(RBA)은 이날 만기가 끝나는 원/호주달러 통화스와프 계약을 2020년 2월7일까지 3년 연장하기로 했다.

  호주와 통화스와프 3년 연장, 규모도 2배 확대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통화스와프 규모도 50억 호주달러(5조 원)에서 100억 호주달러(9조 원)로 늘었다. 통화스와프 자금용도도 기존의 ‘상호간 무역결제 자금 목적’뿐 아니라 한 국가의 금융시장에 위기가 나타날 경우 상대국의 자금을 받아쓸 수 있는 ‘금융안정 목적’도 추가됐다.

서봉국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이번 한-호주 통화스와프 계약은 규모확대와 금융안정목적을 추가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호주 달러화는 국제통화로 사용되는 만큼 이번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중층적인 통화 안정망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호주 달러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에 이어 외환거래규모 5위인 국제통화다. 전세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호주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6위에 해당한다.

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호주 외에도 중국(560억 달러), 아랍에미리트(54억 달러), 말레이시아(47억 달러), 인도네시아(100억 달러) 등 5개 국가다.

아랍에미리트와 인도네시아 등과 맺은 협정은 최근 만기가 끝나거나 만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10월에 만기가 끝나는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연장은 중국정부가 한국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상황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서 국장은 “일반적으로 만기 3~4개월 전부터 접촉을 시작하는 만큼 지금부터 중국정부에 연장 의사를 타진하는 게 유리하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경제적인 것과 외교적인 것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논의도 일본정부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협상중단을 통보한 뒤 중단됐다.

호주와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한 이유가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협상이 중단된 데 따른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서 국장은 “일본과의 통화스와프와 별개로 진행된 사안”이라며 “외환건전성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를 확대할 필요성이 크지 않지만 중층적으로 보장이 더 되면 좋다는 차원에서 다른 국가들과 통화스와프를 맺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