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한진해운 선박 10척의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해운업계가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2척과 벌크선 8척 등 선박 10척을 놓고 매각 및 대선(배를 빌려주는 것) 입찰공고를 냈다. 입찰의향서는 21일까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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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한진해운은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선박금융으로 건조한 선박 44척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권에 반환했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선박 16척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해외 대주단 지분이 높은 6척을 제외한 10척의 매각을 우선 진행한다.
매각은 영국의 해운중개업체인 클락슨이 주관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매각주관사로 클락슨을 선정하고 매각을 준비해 왔다.
해운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선박매물 10척 가운데 8척을 벌크선으로 내놓았다.
벌크선 운임을 보여주는 건화물운임지수(BDI)는 7일 714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200대까지 떨어졌던 건화물운임지수는 조금씩 상승하며 11월 1257까지 상승했으나 최근 다시 하락하고 있다.
평균 건화물운임지수는 2008년 6390을 기록했고 2013년과 2014년도 각각 1206과 1105로 1천을 넘겼다.
운임하락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으로 선박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건화물운임시장은 당분간 벌크선 공급과잉 등으로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건화물운임시장은 선박 공급과잉과 중국 원자재 수요둔화 등으로 수요약세가 지속돼 저수익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7년 건화물 물동량은 49.79억 톤으로 2016년보다 2%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은행이 매물로 내놓은 2척의 컨테이너선 역시 선박규모가 크지 않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8600TEU급((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8600개 실을 수 있는 크기) 컨테이너선을 매물로 내놓았는데 최근 선사들은 경쟁이 심해지면서 2만TEU급의 초대형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중대형급 컨테이너선은 매력이 떨어진다고 본 셈이다.
한진해운의 선박을 보유한 업체 가운데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선박 4척을 약 670억 원에 홍콩의 해외선사에 매각했다.
시장의 예상보다 20%가량 높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우리은행은 입찰 초기부터 선박 4척을 한번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매각가격 협상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도 지난해 12월 캐나다 선박업체 씨스팬과 한진해운에서 받은 선박 4척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격과 조건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시장가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매각은 산업은행과 같은 클락슨이 주관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공고를 낸 만큼 앞으로 매수자들의 의향과 상황변화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매각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