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 낸드플래시사업의 지분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도시바가 독점금지규제와 기술유출 등의 위험이 적은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거나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협력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도시바 지분인수 성공할까, 비관론 고개 들어  
▲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낸드플래시사업의 지분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을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도시바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낸드플래시사업부를 분할한 뒤 2~3조 원 정도 규모로 추산되는 20%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에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미국 하드디스크업체인 웨스턴디지털과 메모리반도체기업 마이크론, 대만 홍하이그룹 외에 글로벌 사모펀드도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적극적인 지원과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인수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라며 “성공한다면 낸드플래시의 사업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의 지분인수를 통한 협력으로 반도체기술을 공유해 시너지를 내거나 도시바의 대규모 낸드플래시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 또는 웨스턴디지털의 인수가능성이 더 유력하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의 최우선 목적이 자금마련인 만큼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기술유출 위험을 감수하며 협력을 제안할 이유는 적다”며 “홍하이그룹이나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해도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관계자를 인용해 도시바가 최대한 이른 시일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낸드플래시사업의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이미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 또는 웨스턴디지털 등 메모리반도체기업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글로벌 독점금지규제의 영향으로 인수를 마무리짓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팬타임스는 “도시바가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독점규제의 리스크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며 “SK하이닉스도 낸드플래시에서 충분한 점유율을 확보해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가 구속력이 없는(non-binding) 지분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것도 자금확보가 절실한 도시바가 지분매각을 주저할 이유가 될 수 있다.

도시바와 이전부터 낸드플래시사업 협력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도 강력한 인수경쟁자로 거명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달리 협력으로 기술이 유출될 위험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포워드인사이츠는 “인수전 결과는 단정할 수 없겠지만 현재로서 웨스턴디지털이 가장 자연스런 선택”이라며 “두 업체의 협력만으로 삼성전자를 충분히 뛰어넘을 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 도시바 지분인수 성공할까, 비관론 고개 들어  
▲ 츠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CEO.
웨스턴디지털은 글로벌 하드디스크 1위 기업으로 기존의 글로벌 서버 고객사들에 낸드플래시 저장장치인 SSD를 공급할 수 있는 강력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도시바가 이를 노려 웨스턴디지털에 지분을 매각해 협력을 더 강화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지분인수를 성공하지 못해도 향후 재도전할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경제전문지 인베스토피아는 도시바가 1차적으로 사모펀드에 낸드플래시 지분을 매각해 긴급자금을 확보한 뒤 시간을 두고 SK하이닉스 등에 지분을 추가로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도시바가 원전사업 실패로 올해도 수조원대의 손실 지속이 불가피한 만큼 이번에 추진하는 지분매각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충분하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글로벌시장에 충분히 증명하며 도시바에 매력적인 협력사 후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인텔 엽합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낸드플래시시장에서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가 모두 손을 잡는다면 규모의경제 효과로 강력한 시너지를 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