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달 초에 구미 스판덱스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효성그룹> |
효성이 주력사업인 스판덱스부문에서 고전하고 있다.
효성은 스판덱스부문에서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지만 중국기업들이 생산량을 대폭 늘린 탓에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회장에 취임한 뒤 스판덱스사업의 수익성을 방어해야 하는 첫 시험대에 올랐다.
◆ 효성, 지난해 섬유부문 실적 후퇴
3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이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냈지만 주력사업인 섬유부문에서 부진했다.
효성은 지난해 섬유부문에서 매출 1조9791억 원, 영업이익 3116억 원을 냈다. 2015년보다 매출은 6%, 영업이익은 26.9% 급감했다. 2011년부터 섬유부문의 영업이익을 계속 늘려왔는데 지난해 5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섬유부문에서 스판덱스를 생산해 판매한다. 스판덱스는 섬유산업의 반도체로 불릴 만큼 섬유업계에서 큰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제품으로 수영복과 스타킹 등 신축성을 필요로 하는 의류에 사용된다.
효성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크레오라’라는 브랜드를 통해 스판덱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2010년부터 6년 연속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을 만큼 사업이 순항했다.
2011년만 하더라도 섬유부문에서 영업이익 1282억 원을 냈지만 스판덱스사업의 가파른 성장 덕에 2015년에는 424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5년 만에 영업이익이 3.3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섬유부문이 효성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그만큼 커졌다. 섬유부문은 효성이 2015년에 낸 영업이익의 45%가량을 담당했다.
하지만 중국 섬유기업들이 스판덱스 생산을 늘린 탓에 판매가격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섬유부문에서 수익성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에는 약 28개 정도의 스판덱스 생산기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과 경쟁하고 있는 기업은 3~4개로 이 가운데 화평이라는 기업이 중국에서 1위를 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지난해 약 5만6천톤 규모의 스판덱스 공장을 증설했다. 화평이 전체 증설물량의 절반이 넘는 3만 톤을 증설해 스판덱스 생산량을 끌어올렸다.
중국기업의 공격적인 증설은 스판덱스의 공급과잉을 초래했다. 중국기업들의 연간 스판덱스 공급능력은 2014년 말 49만 톤에서 지난해 약 65만 톤까지 33% 늘어났다. 이에 따라 스판덱스 판매가격도 최근 2년 사이에 30%가량 하락했다.
스판덱스의 주요 판매처였던 러시아와 서유럽 시장에서 수요가 줄어든 것도 섬유부문이 부진한 실적을 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 조현준, 섬유부문 수익성 어떻게 방어할까
섬유부문의 부진은 조현준 회장에게 큰 짐이 될 수 있다. 조 회장이 2007년부터 10년 동안 섬유PG장을 맡아 스판덱스사업을 진두지휘해온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조 회장이 회장에 취임하며 3세경영을 시작한 만큼 섬유사업의 수익을 회복해야 경영능력도 인정받을 수 있다.
|
|
|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
조 회장은 중국발 공급과잉이 당분간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생산량을 늘려 글로벌 스판덱스 선두기업으로서의 위치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효성은 현재 연간 1만6천톤 규모의 스판덱스를 생산할 수 있는 취저우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은 이르면 1분기 안에 가동이 시작되는데 이를 통해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대해 2위권 기업과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 그룹회장으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실시한 보직변경 인사에서 이창황 부사장을 중국 취저우 스판덱스 신공장의 총경리(공장장급)로 발령했다.
이 부사장은 조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데 그동안 중국에서 스판덱스사업을 총괄해온 ‘중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조 회장은 이 부사장에게 취저우 공장뿐 아니라 중국 스판덱스법인 동사장(법인장)과 자싱법인의 총경리도 겸직하도록 했다.
조 회장은 이 부사장에게 취저우 신공장의 생산을 조기에 안정화해 자싱공장의 매출을 끌어올리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