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기업인 인텔이 기존 주력사업인 PC용 프로세서에서 메모리반도체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에서 우위를 지켜내는 데 만만찮은 강자를 만날 수도 있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1일 “인텔의 향후 사업계획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메모리반도체부문”이라며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진출이 앞당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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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왼쪽)와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인텔은 지난해 4분기에 매출 164억 달러, 영업이익 45억 달러를 냈다. 2015년 4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5% 늘었다.
PC수요가 4분기에 소폭 반등하며 실적개선을 이끌었지만 인텔은 향후 글로벌 PC시장에서 꾸준한 수요감소가 예상된다며 올해 실적전망치를 보수적으로 내놓았다.
또 주력사업인 PC프로세서와 부진한 모바일사업부문을 대폭 축소하며 메모리반도체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는 체질개선을 앞당기기 위해 올해 120억 달러(14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인텔은 마이크론과 기술협력을 통해 3D낸드의 기술과 생산능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인 3D 크로스포인트의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크로스포인트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모두 대체할 수 있는 인텔의 독자적 신기술로 서버분야 등 고성능 메모리반도체가 적용되는 분야에서 시장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1분기부터 크로스포인트의 고객사 공급을 시작하며 이를 올해 안에 전체 매출비중의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도 연구원은 “인텔은 세계 최고의 공정기술력과 자금여력을 갖춰 메모리반도체에 투자를 본격화할 경우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기존보다 높은 성능의 제품을 앞세워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현재 D램과 낸드플래시 기술력에서 글로벌 경쟁사에 가장 앞서있다. 이를 통해 서버분야에서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며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하지만 인텔이 낸드플래시보다 앞선 차세대 기술로 올해 시장진출에 나서며 삼성전자가 경쟁우위를 지켜내기 어려워졌다.
삼성전자 역시 Z-SSD 등 차세대 메모리반도체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내놓았지만 현실적으로 인텔보다 기술력이 크게 밀린다. 장기적으로 반도체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
도 연구원은 “인텔의 크로스포인트는 기존 메모리반도체와 같은 비용으로 성능은 5~7배 끌어올릴 수 있다”며 “향후 메모리반도체업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은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도 서버용 SSD의 출하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서버용 시스템반도체에서 90% 이상의 점유율로 독주체제를 갖춘 점이 고객사 확보에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올해 인텔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에도 진출계획을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