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하는 시기를 미루고 있다.
제조업에 적합한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국내 보험업에 특화된 시스템으로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월 말로 예정됐던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 도입을 미뤘다. 구체적인 도입시기는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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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해 9월에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한 차례 연기된 데 이어 다시 연기됐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 안정화 작업과 테스트 일정을 진행하는 등 시스템 구현을 마무리하는 단계”라며 “금융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정확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도입 시기를 다소 늦췄다”고 말했다.
전사적자원관리란 기업 내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통합정보시스템을 말한다. 기업의 생산부서와 영업, 구매, 재고관리, 회계 등 모든 부서가 기업에 필요한 정보를 동시에 확보해 생산시간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재고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에 2009년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뒤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 등 비금융계열사에 같은 시스템을 확대해 적용했다. 이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도 해당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그룹차원의 지원 아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려 했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시스템 구축사업을 맡은 삼성SDS와 계약도 4월에 끝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2012년부터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삼성생명 4300억, 삼성화재 4500억을 각각 투자했다.
전사적자원관리의 장점이 원가 산정과 재고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제조업과 달리 상품의 원가와 재고라는 개념이 없는 보험업에 적용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업의 경우 제품의 원가와 마진, 재고 현황 등이 쉽게 파악되지만 보험사의 부채인 보험계약은 금리와 손해율 등 무수히 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장기계약인 경우엔 시간에 따라 손실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업무와 시스템의 적합성 여부 때문에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도입되더라도 보험업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활용하는 데까지 쉽지 않을 수 있다. 삼성증권과 삼성카드 등은 국내 증권업과 카드업에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각각 자체개발을 통해 ‘차세대 IT시스템’을 각각 도입하기도 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10년 전 스마트포털이라는 새 제도를 도입할 때도 우려하는 시선이 있었지만 별 문제가 없었다”며 “새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이 도입될 때 다소 불편함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사용자와 영업현장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새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