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면세점사업에서 희비가 엇갈리면서 국내 면세점업계 양강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영업이익 격차는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2천억 원대였으나 지난해 4천억 원대까지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둘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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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30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해 면세점사업에서 매출 3조3257억 원, 영업이익 790억 원을 거뒀다. 2015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4%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가량 줄었다.
신라면세점 영업이익은 2014년을 정점으로 계속 뒷걸음질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신라면세점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는데 지난해에는 별다른 악재가 없었는데도 영업이익이 더 줄었다.
반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매출 2조7338억 원, 영업이익 2326억 원을 거뒀다. 2015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7.8%, 영업이익은 1.4%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실적까지 더해지면 매출은 6조 원, 영업이익은 4천억~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까지만 해도 신라면세점이 1489억 원, 롯데면세점이 391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두 회사의 격차가 2400억 원가량이었지만 지난해 둘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사실상 양강체제라고 부르기 무색한 수준에 이르렀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격차는 올해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월드타워점을 재개장하면서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월드타워점은 소공동점에 이어 롯데면세점에서 두번째로 매출이 많이 나오는 데다 매출성장률도 가장 높다.
월드타워점은 5일 재개장한 뒤 순항하고 있다. 아직 폐점 전 수준의 매출은 회복하지 못했지만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 기여도가 높은 샤넬과 루이비통 매장이 2월 안에 문을 열면 회복세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롯데면세점은 기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월드타워점에서만 매출 1조2천억 원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월드타워 사용승인이 떨어지면 타워동까지 매장을 넓히고 입점 브랜드 수도 500개에서 700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신라면세점은 올해도 사드리스크와 경쟁심화 등으로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에 호텔신라의 실적을 끌어내린 중국인관광객 증가율 둔화와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심화 같은 악재가 올해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등 판매관리비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라면세점은 오히려 신세계면세점의 추격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신세계면세점이 면세점업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앞으로 면세점업계가 '1강 2중'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세계는 100% 자회사인 신세계DF를 통해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강남점까지 연다. 이마트의 자회사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고 있는 인천공항점, 센텀시티점도 앞으로 신세계DF로 일원화해 면세점사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세계그룹이 면세점사업으로 2017년 1조7천억 원, 2018년 2조4천억 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