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매년 최고실적을 갱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차 부회장은 전략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사업구조를 만들어왔다. 다만 최고매출을 내고 있는 화장품부문에서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의 발자국만 뒤따르고 있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 차석용, 성공적인 사업다각화로 LG생활건강 견인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2005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실적갱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올해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20.7%를 기록해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추정 증가율 8.3%를 크게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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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
차석용 부회장이 2004년 LG생활건강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뒤 추진한 사업다각화의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된다.
차 부회장은 13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는 LG그룹 최장수 최고경영자다. 30대그룹 상장사 최고경영자의 평균 재직기간이 2.6년인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인수합병(M&A)의 귀재로 꼽히며 취임 이후 15건의 인수합병을 성공으로 이끈 것이 장수의 배경으로 꼽힌다. 차 부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생활용품 매출이 68%를 차지하던 사업구조를 생활용품-화장품-음료 3개 부문이 균형 축을 이루도록 개선했다.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이 소비심리 위축과 중국의 반한정책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둔화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LG생활건강이 성장세를 지속한 것 역시 이런 사업구조 덕분으로 평가된다.
화장품업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 외교문제에 크게 영향을 받는 불안정성이 있어 한 곳에 치우치지 않은 사업구조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4분기 생활용품부문에서 매출 6.8%, 영업이익 16.6% 성장했다. 음료부문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1%, 7.2% 증가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사드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이 존재한다”면서도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의 점유율 증가와 음료 가격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성장률이 점차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화장품 2인자’ 이미지 언제 벗어날까
차 부회장이 이끄는 화장품사업을 놓고 안정적이긴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그늘에 가려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임 전 화장품업계와 인연이 없었던 차 부회장은 화장품사업을 본격화할 때부터 아모레퍼시픽의 로드맵을 따랐다. ‘설화수’가 히트를 치자 유사한 콘셉트의 ‘후’를 론칭한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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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
이후 로드샵 시장에서 자연주의를 표방한 ‘이니스프리’가 자리잡자 차 부회장은 더페이스샵을 인수해 대응했다.
LG생활건강의 색조전문 브랜드 ‘VDL’ 역시 아모레퍼시픽 ‘에스쁘아’의 후발주자로 평가받는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편집숍 ‘아리따움’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LG생활건강은 최근 뷰티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을 내놓기도 했다.
브랜드 론칭뿐 아니라 품목경쟁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쿠션’ 제품이 K뷰티의 혁신 아이템으로 자리잡으면서 로레알 등 해외기업들까지 ‘미투(me too) 제품’들을 내놓은 반면 LG생활건강은 대표적인 개발품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중국매출 등에서 아모레퍼시픽을 바짝 뒤쫓고 있지만 화장품사업에서 만년 2인자 이미지에서 아직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