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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SK그룹 지주가 SK가 반도체 웨이퍼(원판)업체인 LG실트론을 인수하면서 SK그룹이 지배구조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반도체사업을 SK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는데 SK하이닉스가 SK그룹 지주사인 SK주식회사의 손자회사라 인수합병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SK그룹, 지배구조개편 이슈 재점화되나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SK그룹의 LG실트론 인수는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주가 상승요인”이라며 “SK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이슈가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는 23일 LG그룹으로부터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 원에 사기로 의결했다. LG실트론은 반도체 생산을 하는데 필수적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업체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SK를 통해 반도체사업의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고 있다.
SK는 2015년 11월 반도체 특수가스인 삼불화질소(NF3)분야 세계 1위 업체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또 SK에어가스를 인수했고 일본 트리케미칼과 합작법인(JV)인 ‘SK트리켐’을 설립해 산업용가스와 반도체용 화학물질인 ‘프리커서(precursor)’시장에도 진출했다. 일본 쇼와덴코와 웨이퍼 가공 공정에 쓰이는 특수가스인 ‘식각가스’를 생산하는 SK쇼와덴코도 세웠다.
SK가 반도체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합병하거나 설립하면서 SK그룹의 반도체분야 계열사들은 모순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글로벌 2위 반도체생산업체인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이자 SK의 손자회사다.
반도체 특수가스를 만드는 SK머티리얼즈는 SK의 자회사이며 반도체용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SK에어가스, SK트리켐, SK쇼와덴코는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이자 SK의 손자회사다.
SK가 LG실트론을 인수해 LG실트론도 SK의 자회사가 된다.
SK그룹 반도체사업의 정점인 SK하이닉스는 SK 손자회사인데 반도체 부품회사는 SK의 자회사인 셈이다.
계열사 CEO들의 직위도 맞지 않다.
SK하이닉스 대표는 박성욱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SK그룹의 최고의결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위원장으로도 선임됐다.
반면 다른 반도체 계열사 CEO들은 직위가 사장이며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의 CEO도 박정호 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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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5년8월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SK하이닉스미래비전 선포식에서 46조 원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다. |
◆ 최태원, SK그룹 지배구조 개편할까
반도체사업은 ‘자원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과 함께 SK그룹의 3대 성장동력이다.
최 회장은 반도체사업에 SK그룹의 미래를 걸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2012년 SK하이닉스를 3조3747억 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재계서열도 LG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최 회장의 베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기준 SK하이닉스는 매출 18조7980억 원, 영업이익 5조3361억을 냈다. 매출은 SK그룹 전체매출의 13.6%였지만 영업이익은 SK그룹 관계사 전체 영업이익 10조6700억 원의 절반에 이른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반도체사업에 2024년까지 46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SK그룹은 청주공장과 이천공장에 각각 15조5천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계획도 공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SK그룹이 지배구조개편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SK그룹의 반도체분야 인수합병에서 SK하이닉스의 위상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의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유망한 기업을 인수합병하려면 지분 100%를 사야 해 자금부담이 커진다.
이 때문에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인적분할한 다음 SK의 자회사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증권가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SK그룹의 반도체계열사들이 늘어나면서 그룹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회사 안팎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사업의 시너지가 나는 계열사끼리 사업별로 묶어서 중간지주회사가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CEO세미나에서도 중간지주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해 말 박성욱 부회장의 승진을 놓고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끌어올리고 중간지주사를 설립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현재 중간지주사 설립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