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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430억원대의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의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를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기각 사유로 대가성의 소명부족 외에 박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이 부회장의 주거 및 생활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과 시민단체가 비판하고 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0일 현안브리핑을 통해 “뇌물 수수자, 곧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기각사유라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만약 사실이라면 기각사유는 부차적인 것이고 본질은 삼성 봐주기”라고 비판했다.
고 대변인은 “뇌물사건은 통상 뇌물 공여자를 구속해 진술을 받아 뇌물 수수자를 조사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것이 전례가 된다면 앞으로 뇌물사건 수사에 큰 난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이 피의자인 이 부회장의 주거 및 생활환경을 고려했다면 이는 더욱 황당하다”며 “대한민국 최고 재벌의 생활환경을 고려하면 구치소는 너무 가혹하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조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영장기각 사유로 대가성의 소명부족을 제시했지만 이 외에도 ‘피의자의 주거 및 생활환경 고려’‘뇌물 수수자에 대한 조사 미비’ 등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 공여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사유로 뇌물수수자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명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화이트칼라 범죄를 많이 다룬 한 검사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화이트칼라 범죄에 주거상황을 따지는 일은 거의 없다”며 “영장기각 사유에 ‘생활환경’이라는 말을 제시한 것은 처음 봤다”고 전했다.
대통령은 불소추특권이 있어 조사를 거부하면 특검으로선 사실상 강제할 수단이 없다. 법원이 이 부회장 영장을 기각한 것은 이런 ‘특수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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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법원이 영장청구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핵심은 증거인멸 여부”라며 “특검이 확보한 메모에는 증거인멸을 시사하는 것이 포함됐는데 법원이 눈을 감고 이 부회장의 주거불편을 운운했다”고 비판했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을 규탄하는 법률가들은 법원 앞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0일 오후 서초구 법원 삼거리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부회장의 영장기각에 분노해 법률가 59명이 서울중앙지법 입구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한다”며 “위증과 증거인멸이 우려되는데도 법원은 국민의 기대를 배신하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주장했다.
퇴진행동 법률팀장 권영국 변호사는 “법률가로서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가 납득이 안 되고 황당하다”며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연루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법원에 부여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양재의 김용민 변호사는 “대통령에 대한 뇌물은 이른바 포괄적뇌물죄로 판단해 대가성을 따로 요하지 않는다”며 “대가관계 소명이 부족하다는 법원의 판단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영장 기각사유에 ‘생활환경 고려’가 포함된 것을 두고 관용적 표현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해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