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삼성그룹 경영공백이 현실화할 경우 구원등판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위기로 내몰리면서 재계 안팎에서 삼성그룹 비상경영체제를 놓고 벌써부터 여러 말들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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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뒷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18일 호텔신라 주가는 전일보다 2.76%(1300원) 오른 4만84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는 지난해 3월초 7만7천 원으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하반기 들어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올해 들어 11일에는 4만5050원까지 떨어졌다.
호텔신라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한 것은 중국발 사드리스크가 고조되고 면세점업계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17일을 제외하고 최근 3거래일 동안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가매수세가 유입되고 설을 앞두고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면세점 매출확대 기대가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호텔신라 주가의 오름세는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이재용 주식’으로 불리는 삼성물산과 대비돼 더욱 주목을 받았다. 삼성물산 주가는 18일 전일보다 1.6%(2천 원) 내린 12만3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에서 호텔신라는 ‘이부진 주식’으로 불린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일찌감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 경영을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1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는데 삼성그룹에서 오너경영의 공백이 생길 경우 이부진 사장이 삼성그룹 전반으로 경영보폭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 수사에 속도를 낼 때부터 이미 외신들은 이런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12일 이 부회장이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재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삼성 이씨 가문에서 경영권 대체가 이뤄질 수 있으며 유력한 대상은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경영전면에 나선 뒤 ‘리틀 이건희’란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특히 호텔신라의 면세점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한때 주가를 20만 원대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명품유치나 특허권경쟁에서도 발벗고 나서 스타성 높은 오너경영의 힘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사장의 구원등판설은 섣부르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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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뉴시스> |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오너경영의 공백을 놓고 여러 가능성을 점치다 보니 이 사장의 구원등판 가능성도 주목을 받는 것 같다”며 “설령 이 부회장이 구속되더라도 이 사장이 이 부회장의 역할을 맡기에는 삼성 오너일가 내부의 질서로 볼 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법원의 결정으로 구속을 면하더라도 박근혜 게이트 관련 수사와 재판에 상당기간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전문경영인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사장이 그룹 경영에 나서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 오빠인 이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지분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는 물론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과 함께 나란히 삼성물산 지분 5.47%만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 지분 역시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관련해 지금의 위기를 낳은 에버랜드 전환사채로 취득한 것이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삼성그룹은 과거 2008년 삼성특검으로 이건희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자 사장단협의회를 꾸려 계열사별로 독자경영을 하되 긴밀한 협조체제를 통해 비상경영을 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