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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하루에 영남과 호남을 오가며 강행군을 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신경전도 갈수록 치열해진다.
◆ 봉하 찍고 진도, 분주한 반기문
반 전 총장은 1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식 때 변혁과 개혁을 외치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정치교체를 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 말씀도 가슴 깊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제 노무현 대통령 말씀대로 공정하고 반칙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이 주인되는 정치를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봉하마을 사저에서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을 예방했다. 반 전 총장은 권 이사장과 청와대 근무 당시를 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반 전 총장의 봉하마을 방문에는 반 전 총장 반대자들과 지지자들이 모두 몰려들었다. 위안부 한일합의 무효화 경남행동과 경남 노사모 등은 ‘반기문 규탄’ 등의 팻말을 들고 봉하마을 방문에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대한민국사회공헌포럼(반사모) 회원들은 반 전 총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함께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방명록에 “따뜻한 가슴과 열정으로 ‘사람사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헌신하신 노무현 대통령님께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라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미력하나마 진력하겠습니다”고 글을 남겼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과 노무현 재단은 ‘사람사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 때문에 반 전 총장의 부주의가 지적받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오후엔 전남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반 전 총장은 세월호 분향소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고 방명록을 작성했다.
반 전 총장은 “국민의 생명보호는 국가의 의무”라며 “희생자 여러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의 고통을 같이 나눌 것”이라고 글을 남겼다.
반 전 총장의 팽목항 방문에도 박근혜정권 퇴진 진도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의 반대가 따랐다. 이들은 “반 전 총장은 재임시절 세월호를 철저히 외면했는데 대권 욕심으로 이제 오는 건 뻔뻔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반기문 발걸음, 국민의당·바른정당·새누리 어디로 향할까
반 전 총장이 정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반 전 총장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당없이 홀로 하니 금전적으로 힘들다”며 설 연휴가 지난 뒤 기존 정당 입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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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
다만 반 전 총장은 “새누리당이 쪼개지지 않았다면 새누리당에서 경선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며 새누리당 입당에 거리를 뒀다.
그러자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에서 반 전 총장 입당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대개 반 전 총장이 온다면 환영이지만 지나치게 목을 매지는 않겠다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7일 “반 전 총장이 새로운 정치를 하려면 참신한 사람들과 해야하는데 실패한 정권 사람들하고 같이 다닌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일각에서 나오는 뉴DJP연합 가능성을 열어 뒀다. 그는 “반 전 총장이 2년 반 전부터 국민의당을 노크한 것만은 사실”이라며 “누구나 국민의당으로 입당해 함께 경선을 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은 16일 “반 전 총장이 민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바른정당과 손잡을 수 있으면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이벤트성으로 먼저 만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역시 아직 반 전 총장 카드를 놓지는 않고 있다.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7일 반 전 총장과 관련해 “새누리당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반기문 없으면 큰일나는 것 아니다”며 “러브콜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 온도차를 나타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