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방만한 경영을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두 은행의 노동조합이 반발하는 등 논란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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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7일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31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자리에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1월 말에 공공기관운영위를 열어 공공기관을 새로 지정·해제하거나 분류를 바꾸는 일을 수행한다. 공공기관은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현재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두 은행은 2012년 1월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가 2014년 1월에 기타공공기관으로 다시 지정됐다.
기타공공기관은 공공기관 가운데 정부의 관리를 가장 느슨하게 받는 편이다. 금융위원회의 자체적인 경영평가만 받고 이사회 운영 등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반면 공기업은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이 결정되고 경영지침도 통제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법적 기준으로 따지면 공기업에 해당돼 분류를 다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매년 나왔다”며 “그동안 관리가 부족해 방만경영 문제가 발생했다는 외부의 지적도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운영법 제5조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직원이 50명 이상인 공공기관 가운데 지정된다. 자체 수입액이 총수입액의 절반 이상이면 공기업, 자체수입을 많이 내지 못하고 기금관리 등을 맡고 있으면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된다.
두 은행의 직원 수를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살펴보면 산업은행 3121명, 기업은행 1만2464명이다. 양쪽 모두 자체적인 수입액이 전체 수입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산업은행이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뒤에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등을 방치해 대규모 부실사태를 불러온 상황도 기획재정부는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소관하는 금융위와 논의를 거쳐 두 은행의 공기업 지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공기관이 아닌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금융자회사들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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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노조는 17일 나란히 성명서를 내 공기업 지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경영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낙하산인사 등의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기업구조조정 관련 금융을 지원하는 일은 통상마찰 논란에서 이미 자유롭지 못하다”며 “기획재정부에 구조조정 관련 안건을 보고하고 협의한 뒤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기업은행이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정부의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허수아비가 될 것”이라며 “한국철도공사나 한국수자원공사 등 다른 공기업에서 정부가 경영에 무리하게 개입하고 낙하산 자리로 이용한 폐해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두 은행 노조의 주장과 관련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공기업으로 지정돼도 정부가 사업결정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만 관리하는 것”이라며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은 결과 통상마찰이 일어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