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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
“저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경영권을 넘기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게이트 1차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억이 나지 않고 모르는 것이 많다면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은 만큼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넘기겠다”고 대답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특검수사를 계기로 삼성그룹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특검의 사법처리 수위의 결정과 관계없이 이 부회장이 당장 삼성그룹의 경영에서 손을 뗄 것으로 보는 견해는 많지 않지만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 등을 끊을 수 있는 지배구조개편을 검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개방경제 속에서 총수 1인의 ‘황제경영’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재벌총수들이 절대적 지배력의 욕심을 버리고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과감히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검찰 참고인 조사, 국회청문회 출석 등이 본격화된 지난해 말부터 주요 의사결정이 사실상 모두 중단됐다. 12월 초 이뤄지던 임원인사도 아직 하지 못해 조직개편 및 각종 사업계획 수립, 채용계획 수립 등에서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검찰과 특검 수사로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의 ‘유고’ 사태까지 벌어진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경영인 도입 목소리가 커지는 데는 창업주에게서 기업을 물려받은 재벌2세나 3세의 경영능력과도 무관치 않다.
스스로의 힘으로 ‘맨땅’에서 기업을 일궈낸 창업1세대와 달리 자식이라는 이유로 기업을 물려받은 재벌2,3세의 경영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의 성인남녀 2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9%는 재벌3세가 ‘글로벌 경영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최정표 경실련공동대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경영투명성을 확대하면 황제경영은 사라지고 재벌의 경제력 남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투명경영이 정착되면 미국의 경우처럼 경영능력이 없는 세습경영인은 회사 경영에 흥미를 잃고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며 “권한보다 책임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세습경영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