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글로벌 완성차회사를 상대로 멕시코 투자철회와 미국 투자확대를 압박하면서 현대자동차와 가이자동차가 미국 현지공장의 생산물량을 대대적으로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당선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미국 완성차회사의 미국 투자 확대를 거듭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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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2분도 되지 않은 기자회견 시간 가운데 상당 부분을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미국 투자확대를 설명하는 데 썼다.
또 미국의 3대 완성차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투자계획을 확대하지 않은 GM을 압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GM도 이런 흐름에 따르길 희망하며 그렇게 될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흐름에 합류할 것이며 더 많은 산업이 미국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는 최근 16억 달러 규모의 멕시코공장 설립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기존의 미국공장에 7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도 기존의 미국공장 2곳에 1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고 2천 명을 추가로 고용하기로 했다.
트럼프의 압박은 다른 나라의 완성차회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트위터 계정에서 토요타의 신규 멕시코공장 건설을 문제 삼은 직후 토요타는 향후 5년 동안 미국에서 1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대차는 멕시코공장을 운영하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가 멕시코 투자를 철회하고 미국 투자를 확대하라는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아차가 지난해부터 연간 4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멕시코공장을 가동히고 있는데 그 여파가 현대차에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연간 3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앨라배마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가운데 70% 정도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30%를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가운데 10만 대 정도는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공장에 위탁해 생산하고 있다. 기아차의 조지아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0만 대 수준인데 현대차 차량의 위탁생산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가운데 현지에서 생산된 차량 비중은 30%대로 현대차보다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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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 멕시코공장 모습. |
기아차가 트럼프의 압박에 북미의 생산거점으로 마련한 멕시코공장을 활용하기 어려워지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늘리기 위해 현대차 위탁생산물량을 되돌려 줘야 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여러 방안들과 함께 기아차 조지아공장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는 현대차 물량을 다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된 적은 있으나 아직 현대차의 미국공장 신규투자 계획은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정책흐름에 따라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대차가 멕시코공장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대차가 중기적으로는 미국공장 추가신설 등의 카드를 활용해 트럼프 정책에 호응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적어도 멕시코공장 운영비중이 높고 증설을 고려 중이었던 미국과 일본의 경쟁회사들에 비해 부정적이지는 않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