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이 지난해 4분기 ‘깜짝실적’을 주도한 데 이어 올해는 더 가파른 성장세로 본격적인 외형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권오현 부회장이 추진한 공격적 성장전략이 효과를 내며 글로벌 부품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 부품사업 황금기 맞아 고성장 실현
블룸버그는 6일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반도체와 올레드패널에서 강력한 수익성장이 예상된다”며 “글로벌 고객사들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부품사업이 주인공으로 굳건히 자리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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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D램 평균가격은 올해 1분기에만 30%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스마트폰과 PC의 탑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서버용D램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원가절감에 주효한 3D낸드의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동부증권은 삼성전자의 3D낸드 생산비중이 지난해 1분기 23%에서 올해 4분기 78%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중소형 올레드패널도 올해 280% 가까운 출하량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됐다. 애플과 중국 고객사들로 공급이 본격화되며 실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올해 부품사업에서 이런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것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시설에 24조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벌인 성과가 올해 중반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호조로 가격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달러가치가 계속 오르며 애플 등 주요 미국 고객사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높아지는 효과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3D낸드와 중소형 올레드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모두 경쟁사에 한참 앞서 독주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부품사업에서 완전한 ‘황금기’를 맞을 기반을 완벽히 확보해둔 셈이다.
삼성전자 부품사업을 총괄하는 권오현 부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를 겸직하며 역할을 넓히며 대규모 선제투자를 주도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실적발표회에서 “핵심사업에 전략적 투자를 적기해 집행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목표로 두고 있다”며 “2016년 부품사업 시설투자는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도 3D낸드와 올레드패널, D램 미세공정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환투자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의 부품사업이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며 수익개선과 외형성장을 모두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부품사업의 고성장에 이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도 정상화될 경우 올해 3분기부터 1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38조6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실적이 예상된다.
맥쿼리증권은 “D램과 낸드플래시, 올레드패널의 가격이 모두 최상의 조건일 경우 삼성전자의 올해 전체 영업익은 51조 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며 “보통의 상황을 가정해도 40조 원 이상의 영업익은 충분히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갤럭시노트7 타격 만회, 부품업체로 탈바꿈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갤럭시노트7의 리콜과 단종으로 스마트폰사업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지만 9조2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3년 만에 최대실적을 올렸다.
갤럭시노트7의 타격을 부품사업의 빠른 성장으로 완전히 만회하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사업의 향후 성장성도 증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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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패널. |
블룸버그는 외국 증권사들의 분석을 종합해 삼성전자가 4분기 반도체사업에서 4조5천억 원, 디스플레이에서 1조1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상반기 부품 업황악화로 반도체 분기별 영업이익이 2조 원대에 그치고 디스플레이는 영업손실을 냈는데 하반기부터 업황이 개선되기 시작하며 수혜를 크게 입었다.
D램의 원가절감을 위한 미세공정비중을 빠르게 높이고 수익성이 악화하는 LCD생산라인을 올레드 중심으로 대폭 구조조정한 효과가 업황개선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어떤 증권사가 내놓은 전망치보다도 높다”며 “전자업계에서 최악의 사건으로 꼽히는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은 2조 원 초반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선방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갤럭시노트7의 초반 흥행을 고려하면 적잖은 타격을 받은 셈이다. TV사업 역시 LCD패널의 가격상승으로 수익성이 대폭 악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부품사업이 전체 영업이익 성장을 견인한 대목은 최대 변수로 꼽히는 스마트폰사업의 타격을 만회하고 시장과 주주들에 미래 성장성을 확실하게 증명한 긍정적 신호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는 대규모 손해를 입은 뒤 이를 극복할 계기가 절실한 상황에서 뛰어난 실적을 냈다”며 “완제품에 의존을 낮추며 부품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1월 말 컨퍼런스콜을 통해 구체적인 부문별 실적을 발표한다. 주주환원정책과 미래 사업전략을 놓고 적극적인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