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세계 반도체 가운데 32% 금속배선 부족 전망, "가뭄으로 구리 생산 감소"

▲ 칠레 란카구아 인근 마찰리에 위치한 지하 구리 공장에서 4월2일 제련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에서 생산할 반도체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10년 후 금속 배선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늘어 금속 배선 재료인 구리 생산에 필요한 물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로이터는 글로벌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보고서를 인용해 “2035년 반도체 생산량 가운데 3분의 1은 구리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구리 공급 리스크가 현재보다 4배 증가하는 수준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기후변화로 가뭄이 늘면서 구리 광산업체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반도체를 생산하는 세계 어느 지역도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라고 전망했다. 

구리는 반도체 회로 내부에 있는 수십억 개의 미세 전선을 만드는데 들어간다. 가격이 저렴하고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구리를 대체할 소재는 아직 없다.

그런데 구리 생산을 위해서는 원광석을 분쇄하거나 불순물을 없애고 장비를 세척하는데 다량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가뭄에도 구리 광산에 물을 공급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반도체 생산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이미 물 부족으로 생산이 늦어지고 있다”라며 “구리를 생산하는 주요 17개국 가운데 대부분은 가뭄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칠레를 포함한 구리 생산국은 해수 담수화 시설을 비롯해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대안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해수에 접근할 수 없는 내륙 국가는 이런 해결책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탄소배출량이 아무리 빨리 줄어들더라도 2050년에는 세계 구리 공급량의 50%가 물 부족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