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해킹사태 '위약금 면제' 기간 10일만 부여, 유영상 꼼수 보상책에 소비자 폭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7월4일 서울 SK텔레콤 본사 T타워 수펙스홀에서 신뢰회복 방안을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유심 해킹 사고에 따른 신뢰 회복 방안으로 내놓은 '번호이동 해지 위약금 면제' 기간을 두고 소비자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오는 14일까지 단 10일로 기간을 한정한 위약금 면제 보상책이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진정한 반성보다는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8일 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SK텔레콤의 이번 위약금 면제 방안은 정부 권고에 따라 최소한의 조치만 이행했을 뿐, 실제 피해자를 위한 실효적 대책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은 정부가 지난 4일 해킹사고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가 필요하다고 결정하자, 이를 수용키로 했다. 하지만 회사는 해킹 사고가 일어난 4월19일부터 오는 7월14일까지 번호이동을 신청한 가입자에 한해서만 위약금 면제키로 하고, 오는 15일부터 위약금 환급 신청을 받기로 했다.

외관 상으로는 4월19일부터 7월14일까지 약 3달 동안의 서비스 해지 가입자의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것처럼 밝혔지만,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고 위약금 면제를 수용키로 한 7월4일 이후로는 만 10일 동안만 위약금 면제 기간을 부여한 것이다. 

4월19일부터 7월4일까지 서비스를 해지한 가입자들은 해킹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즉 SK텔레콤의 보안 귀책사유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번호이동을 선택했다. 정부가 위약금 면제 결정을 내린 4일 이후, 귀책 사유 당사자인 SK텔레콤이 자의적으로 오는 14일까지만 위약금 면제 기간을 부여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작 10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 번호이동 여부를 소비자에 결정하라는 묵시적 강요이며, 보안 관리 부실의 책임이 있는 기업이 보상책이라고 내놓은 대안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이용자는 “기한을 정하는 건 이해하지만, 고작 열흘 주고 해지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날짜를 정해두는 것 자체가 보상할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2016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태 당시 이동통신 3사는 휴대전화 제조사 과실임에도 가입자 위약금을 3개월간 면제했다. 

반면 이번 SK텔레콤의 조치는 책임 주체가 본인임에도 고작 10일 간만 위약금 면제 기간을 부여하겠다는 것으로,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현저히 짧은 기간이란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고령자, 도서산간 지역 거주자나 해외 체류자 등 단기간 내 해지 신청이 어려운 가입자에 대한 배려도 없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방안이 7월 중순부터 본격화할 ‘가입자 쟁탈전’을 앞두고, 급조한 ‘가입자 이탈 방지용 보상책’이라는 지적도 내놓는다. 

오는 15일부터 삼성전자의 새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7' 사전 예약이 시작되고, 오는 22일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에 따른 가입자 유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SK텔레콤이 마치 적극적으로 정부의 위약금 면제 결정을 수용하는 것처럼 해놓고선 뒤에선 가입자 이탈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실제 위약금 면제 방안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7일 하루 동안 약 1만7천 명이 SK텔레콤을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사장은 10일이라는 기간은 이탈을 고려하는 가입자가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충분한 기간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 4일 향후 보안 대책과 소비자 보상책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해지를 원하는 많은 고객은 사고 이후 2개월 이내 떠났다고 본다”며 “10일 정도 연장해 (위약금 면제 기간을) 운영하면 고객은 충분히 떠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아닐까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자의적 위약금 면제 기간을 부여한 SK텔레콤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당국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위약금 면제 기간이 짧다는 지적과 관련해 “기업과 가입자 간 계약이지만 담당부서에서 이용자 불편이 있는지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현재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조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어, 이용자 불만이 계속 확산될 경우 추가적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에 위약금 면제를 요구하면서 수용하지 않으면 전기통신사업법상 시정명령을 요구하고 영업정지 등의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SK텔레콤 해킹사태 '위약금 면제' 기간 10일만 부여, 유영상 꼼수 보상책에 소비자 폭발

▲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왼쪽)이 7월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SK텔레콤 해킹사고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편 과기정통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SK텔레콤의 해킹사고 신고 지연, 2022년 미신고 행위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중 재발방지 대책 요구에 따른 SK텔레콤의 이행계획을 제출 받고, 이행 여부를 오는 12월까지 점검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필요에 따라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차관은 보안 과실 책임이 명확한 SK텔레콤에 대한 영업정지, 사업자 자격 박탈 등 제재 여부와 관련해 "서버를 초기화해 조사를 방해한 행위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 고의성이 있는지 여부와 함께 SK텔레콤의 재발방지 대책에 따른 이행 계획(7월 제출)과 이행 여부 점검(11~12월) 결과 등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최대 매출의 3%에 해당하는 5천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위 관계자는 “최대한 조사를 빠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과징금 부과 시기를 특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