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업계 미국 관세에 전기차 보조금 폐지까지 '실적 비상', 3사 북미 시장 대응책 분주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에 이어 오는 10월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의 하반기 미국 판매 실적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각사 타이어 공장 전경. <각사>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타이어 3사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월부터 자동차 부품에 관세 25%를 부과하면서 이미 미국 수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오는 8월1일부터 추가로 상호관세 25%까지 부과될 예정이다.

특히나 미국 감세법안이 통과되면서 오는 10월1일부터는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지게 됨에 따라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고, 전기차용 타이어 수요도 덩달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 하반기 국내 타이어 3사가 주요 판매 시장인 북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세액 공제(보조금)를 조기 폐지하는 감세법안,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서명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물론 타이어 업계도 실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때 도입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세액 공제(보조금 지급) 혜택을 최대 7500달러(1027만 원)까지 제공해왔다. 하지만 감세 법안의 의회 통과에 따라 오는 9월30일로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된다. 10월부터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북미 점유율은 25.5%로 유럽 다음으로 전기차가 많이 팔린다. 타이어 3사 모두에게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세액공제 폐지로 전기차 판매가 줄면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 기준 북미 매출 비중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23%, 금호타이어 34.6%, 넥센타이어가 23.5%를 기록했다. 1분기 북미에서 한국타이어는 5390억 원, 금호타이어는 4169억 원, 넥센타이어는 1813억 원의 매출을 냈다.

북미 매출 규모는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경우 유럽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금호타이어는 북미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세계 첫 풀라인업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을 내세워 세계 판매 확대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미국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전기차 타이어 판매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 업계 미국 관세에 전기차 보조금 폐지까지 '실적 비상', 3사 북미 시장 대응책 분주

▲ 한국타이어는 세계 첫 풀라인업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3사 가운데 1분기에 북미 매출 5천억 원대로 가장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2개 분기 연속으로 북미 매출이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한국타이어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연결기준 매출 16조9799억, 영업이익 1조6364억 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80.4% 늘지만, 영업이익은 7.1% 줄어드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한국타이어의 연간 영업이익뿐 아니라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올 2분기 영업이익은 5.5%, 3분기는 9.4%, 4분기는 3.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북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금호타이어도 전기차 보조금 조기 폐지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북미 매출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관세 부과에 이어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라는 악재가 등장하면서 하반기 북미 실적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가 북미에서 인기 있는 차량인 현대자동차 싼타페·스포티지, 기아 텔루라이드 등에 신차용(OE)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에서 받을 타격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전기차 판매가 줄면 그 수요가 내연기관차 쪽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잘 팔리는 내연기관차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면 실적을 방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금호타이어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연결기준 매출 4조8393억, 영업이익 5646억 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6.8% 늘지만, 영업이익은 4.1% 줄어드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분기 영업이익은 6.8%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3분기에는 4.8%, 4분기에는 3.0%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넥센타이어는 북미에서 3개 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던 매출이 올해 1분기 들어 반등했다. 넥센타이어 측은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중이 높아지며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 실적 감소를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넥센타이어는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넥센타이어가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지프, 램 등도 북미 시장에서 판매량이 부진한 상황이라 전기차 판매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넥센타이어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연결기준 매출 3조1437억, 영업이익 1944억 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0.4%, 영업이익은 12.9%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6% 감소하고, 3분기엔 1.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지면 전기차와 타이어 판매가 줄어들겠지만,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