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당 혁신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하면서 당 혁신위원회가 사실상 출범과 동시에 '좌초'했다.

이번 사태로 안철수 의원과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큰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국민의힘은 새로 혁신위원장 인선에 나섰으나 '혁신'의 동력을 잃고 8월 전당대회 전까지 '표류'할 일만 남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국힘 혁신위 출발과 함께 '파산', 안철수도 송언석도 '정치적 상처'만 얻어

▲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정국 현안 등을 둘러싸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안철수 혁신위원장이 사퇴했다"며 "공석이 된 혁신위원장 자리에 신임 위원장을 임명해 혁신위원회를 다시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7일 오전 '안철수 혁신위원회'의 7인 위원 가운데 6인의 인선을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던 안 의원은 위원회 인선안이 발표된 후 전격적으로 혁신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며 돌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비대위에서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한 지 20분, 내정한 지 닷새만이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 내정 당시 "코마 상태의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 메스를 들겠다"고 밝혔지만, 혁신을 통한 '환골탈태'를 공언하던 송언석 비대위원장의 다짐은 물거품에 그치고 말았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에서 사퇴함에 따라 혁신위를 통한 당 쇄신은 물 건너갔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이날 새로운 혁신위원장을 선임하고 혁신위를 다시 띄우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혁신의 동력은 사실상 사그라들고 말았다. 특히 8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어 주어진 시간도 거의 남지 않았다. 

결국 국민의힘 혁신 작업은 오는 8월19일 청주에서 치러질 국민의힘 전당대회로 넘어갔다는 것으로 보인다.

당권 주자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맞아 저마다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국민의힘 안에서는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 안 의원의 '쌍권 청산론', 친윤계의 보수 진영 대통합 방안 등이 제시돼 왔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7월 한 달을 또 다시 '허송세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6월3일 조기 대선 패배 이후 6월 한 달 동안 이재명 정부의 출범, 상법 개정안 및 추가경정예산안 통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을 사실상 지켜만 봐야 했다. 이런 무기력한 모습이 7월에도 이어질 공산이 커진 셈이다.  

이와 별도로 이번 혁신위 사태는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 모두에게 '정치적 상처'만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힘 혁신위 출발과 함께 '파산', 안철수도 송언석도 '정치적 상처'만 얻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하겠다고 밝힌 뒤 승강기를 타고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정치권에선 안 의원의 행보에 대해 비판이 커졌다. 특히 그의 '정무적 판단 능력 부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7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정무적 판단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라며 "그걸 몰랐다는 것도 문제고 알았으면 좀 더 치열하게 기득권 세력들과 싸웠어야 했는데 사실은 뭐 인적 쇄신에서 막혔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YTN라디오 '이익선 최수영 이슈앤 피플'에서 "정치를 이렇게 오랫동안 했으면 극단적인 어떤 선택을 하기에 앞서 사전에 충분한 협의나 조율이 있었어야 한다"며 "충분한 사전 조율이나 협의 없이 그냥 맡았다는 게 정치 경력을 놓고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조기대선 과정에서 당의 주류인 친윤계와 관계가 돈독해졌다. 하지만 친윤계와 안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친윤계에선 안 의원이 욕심에 눈이 멀어 악수를 뒀다는 말까지 내놨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주말 사이 급작스럽게 벌어진 '철수 작전'의 배경은 이미 여러 경로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안 의원 주변에서 '한동훈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낮다'는 기대를 심어주며 안 의원의 욕심을 자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소위 쌍권을 표적 삼아 인적 청산을 외치면 당대표 당선에 유리하다는 무책임한 제안이 이어졌고 안 의원은 결국 자리 욕심에 매몰돼 이를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송 비대위원장도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7일 YTN라디오 '이익선 최수영 이슈앤피플'에서 "무리하게 혁신위를 띄웠고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자꾸 꼼수로 권위도 없고 권한도 없는 그런 사람이 계속 이상한 것을 하려고 하니까 지금 각 계파한테 규탄을 받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상수 전 대변인도 "현재 우리 당은 개혁과 혁신 없이는 갈 수가 없다"며 "혁신위가 이렇게 흩어지면 이것은 사퇴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