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업주·라이더 눈치보기 바쁜 배달의민족, 김범석 모두가 만족할 절충안 어렵네

▲ 우아한형제들이 정부와 자영업자, 라이더의 반응에 눈치를 보느라 바빠 보인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사진)의 고민도 클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가 정부와 자영업자, 라이더의 눈치 보기에 정신이 없어 보인다.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상생안을 내놨지만 정작 이를 대변하는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정부도 수수료율을 알아서 내리지 않으면 법적으로 상한선을 정할 수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반면 사업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라이더들은 수수료율 인하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자영업자, 정부와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3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안팎의 얘기를 들어보면 김범석 대표가 대응해야 할 전선이 너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정부의 눈치를 가장 많이 본다는 얘기가 많다.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부의 움직임을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는 업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배달앱 수수료와 관련해 상한제를 정하는 쪽으로 관련 법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더블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의원회(을지로위원회)’는 이미 대통령 선거를 앞둔 5월 말 자영업자 단체인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와 ‘배달플랫폼 총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대통령 임기 동안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내용의 정책협약을 맺었다.

6월 말에는 배달 수수료의 상한을 대통령령(令)으로 정하도록 하는 공정거래화법과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내부 검토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아한형제들이 2주 전 1만 원 이하 소액주문에 한정해 중개이용료 전액을 면제하기로 한 것은 이런 흐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1만 원 초과~1만5천 원 이하 주문을 놓고도 중개이용료를 차등 지원하기로 했으며 업주들에게 지원하는 배달비도 본사 부담을 늘리기로 했다.

중개이용료로 수익을 창출하는 우아한형제들 입장에서는 이익의 일부를 포기한 셈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기조를 눈치 채고 먼저 납작 엎드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도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눈치를 볼 대상이 정부로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김범석 대표의 고민거리다.

당장 김 대표가 상생안으로 내놨던 중개이용료 면제안은 자영업자와 라이더 양쪽에서 모두 공격을 받고 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6월 말 보도자료를 통해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면제 정책은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주문 자체가 드문 구조라서 실효성에 있어서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하반기 배달앱 입점 외식업주 5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 조사에서 주요 배달앱의 최소 주문 금액이 평균 1만4천원 대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비판의 근거로 꼽았다.

여러 업주는 이 조사에서 “소액 주문 자체를 받지 않는 구조가 이미 정착돼 단순한 수수료 면제는 실질적인 체감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라이더들은 이들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낸다.

서울과 광주, 대구 등 전국 10개 지역 배달대행 협력사 소속 라이더 40여 명은 최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게의 중개수수료는 라이더의 배달비와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구조”라며 “수수료 상한제는 배달비 하락으로 직결돼 라이더의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정부에서 상생협의체를 통해 결정된 중개수수료 인하로 배달 기본 단가가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배달앱이 수수료를 내리면서 기본 배달료가 낮아진 상황에서 수수료 상한제까지 실시하면 더욱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배달의민족이 시행하고 있는 수수료 인하제와 관련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수수료와 관련한 고민도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업주·라이더 눈치보기 바쁜 배달의민족, 김범석 모두가 만족할 절충안 어렵네

▲ 배달의민족은 내부적으로도 배달앱 시장 1위 수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의 눈치를 보자니 라이더들에게 욕을 먹고, 라이더들 입장을 듣자니 자영업자가 죽겠다고 나서는 꼴인 셈이다.

문제는 김 대표가 우아한형제들을 이끌게 된 시기가 내부적으로도 위기감이 상당히 높아진 때라는 점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채용을 많이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이츠의 공세에 대응하느라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인재 확보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퇴사자가 나와도 그 자리를 채우지 않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내부 직원들의 얘기다. 옛 위상을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회사가 힘겨워하고 있다는 얘기도 안팎으로 많이 돌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3226억 원, 영업이익 6408억 원을 냈다. 2023년보다 매출은 2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4% 후퇴했다. 외형은 늘었지만 정작 수익성은 뒷걸음질했다.

투자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무료배달과 관련한 출혈경쟁 때문에 지출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아한형제들이 지출한 외주용역비는 2023년 1조2902억 원에서 2024년 2조2369억 원으로 73.4% 늘었다. 배달기사에게 지급하는 비용만 1년 사이 1조 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