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전자가 미국·베트남 관세협상 타결에 따라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의 미국 관세 폭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전체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미국의 베트남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한(7월9일 0시1분)부터 46%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있었지만, 베트남의 상호관세가 20%로 낮아졌다.
중국에서 대부분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애플이 오는 9일부터 미국의 30% 관세를 부과받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리 사장이 이달 출시하는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Z폴드·플립7’의 가격 동결을 통해 하반기 판매 확대에 나설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3일 전자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가 베트남과 상호관세 20%에 전격 합의하면서,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국내 제조 기업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상호 관세율이 기존 46%에서 20%로 인하되면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관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1만 여개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포스코, 한화 등 제조 기업을 비롯해 CJ제일제당, 오리온, 농심 등 식품 업체들도 현지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특히 베트남 북부 박닌, 타이응우옌 등에 대규모 스마트폰·전자제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베트남의 상호관세 협상에 촉각을 기울여왔다.

▲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리 사장이 프랑스 파리의 중심지 '카루젤 뒤 루브르'에서 개최된 하반기 '갤럭시 언팩 2024' 행사에서폴더블 폼팩터와 갤럭시 AI를 결합한 갤럭시Z폴드6와 갤럭시Z플립6를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업계 관계자는 “관세 20% 부과는 삼성전자에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국에 대부분 생산 공장을 둔 애플은 30%(기본 상호관세 10%+펜타닐 관세 20%) 관세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스마트폰에 따로 품목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아직 안심할 단계까지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베트남 환적(제3국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 상품에 40% 관세가 부과되는 점도 변수로 남아 있다. 미국이 베트남 환적 관세를 높게 매긴 것은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입 경로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지만, 일부 한국 제품도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은 한국의 3위 수출국이자,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기지로도 활용되는 국가라는 점에서 ‘환적 상품’에 관한 40% 관세가 한국 제품에도 일부 적용되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관세는 삼성전자의 차기 스마트폰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플립7’을 오는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공개하고 이달 세계 시장에 출시한다.
갤럭시Z폴드·플립7 시리즈는 초슬림 디자인에 배터리와 모바일 프로세서(AP) 성능 향상, 디스플레이 크기 확대 등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단가 상승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관세까지 고려하면 출고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
미국 IT전문매체 GSM아레나는 갤럭시폴드7과 갤럭시플립7(512GB)의 유럽 출고 가격이 각각 2309유로(367만 원), 1425유로(약 226만 원)로 전작보다 190유로(약 30만 원), 106유로(약 17만 원) 인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노태문 사장이 폴더블폰 판매 확대를 위해 가격을 동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베트남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연합뉴스>
폴더블폰의 대중화가 기대보다 늦어지고 있는 데다 관세도 어느 정도 예측 범위 내 들어오고 있는 만큼, 좀 더 공격적 가격 책정으로 올 가을 출시될 애플 아이폰 신제품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경쟁사들의 추격을 뿌리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4년 삼성전자의 세계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32.9%로, 중국 화웨이(23.1%)와 격차가 한 자릿수까지 좁혀졌다.
노 사장은 올해 초에도 갤럭시S25 가격을 동결하는 강수를 뒀는데, 이는 올해 상반기 갤럭시S25 흥행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MX사업부는 2025년 1분기 갤럭시S25에 힘입어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22% 증가한 4조3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미국 IT매체 톰스가이드는 “삼성은 여전히 일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기존 기기를 버리고 좀 더 유연한 기기로 전환하도록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격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갤럭시Z폴드6는 전 모델보다 100달러 인상됐지만, 올해는 가격 변동이 없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