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추진해 온 거대 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해당 법안의 내용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사업에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의회 의사당.
빅테크 업체들이 적극 로비해 온 인공지능 규제 완화는 포함되지 않았고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은 대거 폐지돼 데이터센터 운영에도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일 “빅테크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의 예산안을 반길 이유가 줄었다”며 “우군을 확보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상원은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으로 불리는 트럼프 정부 예산안을 여당인 공화당의 단독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하원에서 해당 법안이 가결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으면 곧바로 시행된다.
예산안에 포함된 여러 조항 가운데 미국 각 주에서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규제를 적용하면 불이익을 주거나 규제를 금지하는 조항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를 받아 제외됐다.
빅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해당 조항이 상원에서 통과되도록 적극적으로 로비를 벌여 왔는데 정치권에서는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오픈AI와 팔란티어를 비롯한 미국 인공지능 기업 경영진도 각 주별로 적용되는 규제가 기술 발전을 저해해 중국과 경쟁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 왔다.
하지만 미국 상원의원들은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우려해 반대 의견에 힘을 모았다.
트럼프 정부 예산안에 핵심 조항으로 꼽히는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 폐지도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상당 부분을 재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이 폐지되면 금전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한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관련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연히 미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미국 아마존 데이터센터 조감도.
그러나 상원 통과로 법제화가 유력해진 예산안은 빅테크 기업들이 원하던 규제 완화나 재생에너지 지원 폐지 유예 등을 반영하지 않고 있어 인공지능 정책과 모순점을 안고 있다.
이를 계기로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각 주별로 적용되는 규제에도 꾸준히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맞이하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예산안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빅테크 기업들도 큰 폭에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인세 감면 정책이 연장되면서 세금 부담이 낮아졌고 자사주 매입을 비롯한 주주환원 관련 세제혜택도 도입된 만큼 전반적으로 금전적 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 발전에 세액공제 혜택이 늘어나는 만큼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수급에 재생에너지의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탄소 감축 목표를 유예하거나 축소한다면 화석연료 기반으로 생산된 전력 수급을 늘려 에너지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정부는 가장 큰 과제로 꼽히던 정부 예산안 통과에 9부 능선을 넘어선 만큼 다른 공약을 정책으로 구체화해 실행하는 데도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에 혜택을 주는 방안도 이에 따라 본격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수입관세 부과 등 다른 정책도 빅테크 기업의 이해관계와 상충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만큼 인공지능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명히 판단하기는 이르다.
만약 반도체와 서버 등 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 부담은 다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은 이르면 현지시각으로 2일 중 상원을 통과한 트럼프 정부 예산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 이전에 해당 법안에 서명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