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 3나노 파운드리 투자 앞당겨, 트럼프 '반도체 관세' 현실화 예고

▲ TSMC가 미국 3나노 파운드리 공장 설립에 공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대만언론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반영했다는 관측이 제시됐다.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파운드리 1공장.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두 번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고 3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하는 시점을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반도체 수입관세 부과 계획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일 공상시보 등 대만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TSMC는 4월 착공한 애리조나 제2 파운드리 공장의 투자 일정을 단축하며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공상시보는 관련 공급망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보도하며 “TSMC가 고객사 수요 및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제2 공장의 장비 반입은 내년 3분기, 반도체 양산은 2027년부터로 예정됐다. 첨단 파운드리 설비가 착공 이후 약 2년만에 가동되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공장이 완공된 이후 장비를 반입하고 설치해 조정을 마치는 데만 2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공상시보는 “TSMC의 투자 속도는 상당히 빠른 수준”이라며 이미 관련 협력사에 반도체 장비 및 소재와 관련한 주문도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TSMC는 그동안 대만 이외 지역에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설비를 도입하는 데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시설 투자와 운영에 드는 인건비와 자재비 등이 높기 때문이다.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협력사 공급망과 패키징 설비 등이 사실상 모두 대만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TSMC가 미국 투자를 서두르지 않을 만한 이유로 꼽혔다.

그러나 미국에서 4나노 반도체 생산이 시작된 데 이어 3나노 공장 가동에도 속도가 붙는 이유는 현지 고객사들의 강력한 수요 때문으로 분석된다.

애플과 엔비디아, AMD를 비롯한 고객사는 이미 TSMC 애리조나 제1 공장에서 양산 가능한 반도체 물량을 모두 선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해 3나노를 활용하는 생산라인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미국 고객사들이 TSMC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가능성에도 무게를 싣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을 비롯한 외국에서 수입하는 반도체에 관세 부과 가능성을 거론하며 이를 무역 논의에 중요한 협상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TSMC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는 애리조나 공장을 제외하면 전량 대만에서 제조되는 만큼 이런 정책에 가장 중요한 타깃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높은 가격에도 미국에서 물량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것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수 있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상시보에 따르면 TSMC는 내년에 반도체 파운드리 단가를 평균 3~5% 인상하고 미국 내 공장의 공급가는 10% 이상 인상할 계획을 두고 있다.

다만 하반기 중 양산을 앞둔 2나노 공정은 대만 공장에 먼저 도입된다. 미국 파운드리 공장에서 상용화 시기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