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줄기세포 연구가 매우 치열하다. 줄기세포 연구는 기존의 연구 결과를 모두 뒤엎을만한 혁신적인 연구 결과가 거듭 나오고 있다.

11일 황우석 박사의 NT-1 세포가 미국 특허로 등록됐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우리도 다시 줄기세포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4년 황 박사 논문 조작 사태 이후 국내 줄기세포 연구는 경쟁국들에 비해 점점 뒤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연구의 세계대전  
▲ 오보카타 하루코 일본이화학연구소 연구원

지난 1월29일 일본의 무명 여성 과학자가 내놓은 자극야기다능성획득(STAP: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세포는 전세계를 들끓게 했다.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반세포를 약산성용액에 처리하는 것만으로 어떤 조직으로도 분화가 가능한 만능줄기세포를 얻게 된다.

STAP방식은 줄기세포를 얻는 이전의 방식보다 훨씬 간단하고 빠르며, 성공률도 높고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아직 인간세포에서 가능한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크게 각광받고 있다.

STAP세포는 “세포생물학의 역사를 우롱”하는 연구 결과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혁신적인 기술이다. 이전의 방식이던 유도만능줄기(IPS:Induced Pluripotent Stem)세포도 세포생물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놀라운 것이지만 STAP세포는 이보다 훨씬 충격적인 기술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STAP세포가 가능한 매커니즘 자체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줄기세포 연구의 초점은 IPS세포에 맞춰져 있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분화가 끝난 체세포에 세포 분화 관련 유전자를 주입해 배아 줄기세포처럼 어느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만능세포로 역분화시킨 것이다. 2007년 인간 피부 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 역분화에 성공한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연구 결과 발표 후 사상 최단시간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다.

  줄기세포 연구의 세계대전  
▲ 야마나카 신야 2012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수정란을 이용하는 인간배아 줄기세포는 윤리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IPS세포는 윤리적 문제가 없다. 또한 배아줄기세포는 환자의 몸에서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IPS세포는 본인의 세포이기 때문에 면역 거부 문제도 없다.

2004년 황우석 박사는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방식으로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해 냈다고 주장했다. 온 세계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의료의 신세계가 열릴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그러나 관련 논문 데이터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고 수정란을 이용하는 인간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윤리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인간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열광은 사그러들었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난 지난해 5월 오리건과학대학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박사는 황 박사와 유사한 방법으로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에 처음 성공했다. 기존 연구보다 성공률을 수백 배 끌어올린 실험결과였지만 주목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미 줄기세포 연구의 판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황 박사가 논문 조작을 하지 않고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했어도 세계 줄기세포 연구계를 독보적으로 이끌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