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소니와 샤프 등 일본기업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구도가 펼쳐진 인공지능 로봇시장에 LG전자의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 부회장은 올해 전장부품과 반도체를 LG전자의 주요 신사업으로 육성하려 하는데 로봇기술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이런 신사업과 시너지를 내 향후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도 있다.
|
|
|
▲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
2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부활을 노리고 있는 일본 전자기업들이 잇따라 인공지능을 적용한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대규모 투자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지쯔는 2018년까지 기존 3년치 투자금액에 이르는 500억 엔(5165억 원)을 들여 로봇과 인공지능 연구개발인력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히타치 역시 향후 3년동안 1천억 엔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파나소닉과 소니, 샤프 등 로봇분야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일본업체들도 연구개발을 지속하며 로봇의 적용분야 확대를 위해 인공지능 개발역량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이 업체들이 개발하는 로봇은 크게 공장 자동화를 위한 산업용 로봇과 소비자들의 생활 편의를 높이는 가정용 로봇으로 나뉜다. 가정용 로봇은 주로 사물인터넷 플랫폼과 연계된다.
샤프가 최근 공개한 가정용 로봇은 사용자의 명령과 상태를 인식해 조명을 켜고 끄거나 온도조절장치를 동작한다. 긴급상황을 인식해 경찰 등에 자동으로 신고하는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대만 홍하이그룹은 샤프를 인수한 뒤 협력을 맺고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 생산공장의 인력 대부분을 로봇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적용분야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산업용 로봇시장이 2020년까지 연평균 5.4% 성장해 5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정용 로봇시장은 2022년까지 연평균 18%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LG전자 역시 5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CES2017’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한 가정용 로봇을 최초로 공개하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LG전자가 공개하는 로봇은 사물인터넷 가전과 연계해 집사 역할을 수행하는 허브 로봇과 정원을 손질하는 로봇, 호텔과 공항 등에서 사용자 편의를 돕는 로봇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로봇청소기를 통해 축적한 자율주행기술과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적용했다”며 “가정용 생활로봇을 시작으로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이어 IBM과 인텔 등 글로벌 전자업체들은 모두 로봇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자율주행 기술분야와 인공지능 로봇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로봇과 자율주행차는 공통적으로 경로를 확인해 기기가 스스로 이동하고 사물과 사람을 인식해 상황에 맞게 반응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인텔은 최근 로봇 전용 플랫폼과 반도체를 공개하고 협력업체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 자율주행기술의 본격적인 시장확대를 앞두고 적용분야를 넓히려는 것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전장부품과 시스템반도체를 올해부터 신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 걸 볼 때 이런 시장흐름에 발맞춰 로봇사업에서 역량을 확보한 뒤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뛰어들 수도 있다.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와 통신시스템,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와 LG이노텍의 전장부품 등을 수직계열화해 솔루션 형태로 공급하고 있지만 인포테인먼트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지적받고 있다.
|
|
|
▲ 일본 샤프가 공개한 가정용 로봇. |
삼성전자는 최근 인수를 결정한 미국 하만을 통해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글과 애플도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역량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결국 미래의 전장부품 경쟁은 자율주행 기술역량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는 만큼 LG전자도 로봇사업을 통해 기술력을 꾸준히 강화한 뒤 장기적으로 이를 차량에 확대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내년부터 인텔과 협력해 위탁생산하기로 한 시스템반도체도 스마트폰을 넘어 로봇과 자동차분야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개발될 공산이 크다.
스마트폰의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스템반도체 자체개발로 투자 대비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만큼 이를 여러 사업분야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등 스마트사업을 로봇과 같은 새로운 사업분야로 확대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전문매체 테크타임즈는 “LG전자가 선보일 가정용 로봇은 사물인터넷 플랫폼경쟁에서 구글과 아마존 등 대형 IT기업과도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