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방보험그룹이 계열사인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합병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보험회사는 총자산이 많을수록 유리한 데다 두 회사를 따로 운영하는 것보다 합병 시너지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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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샤오후이 안방보험그룹 회장. |
대수의법칙은 소규모 현상을 지켜봤을 때는 일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같은 현상의 표본집단을 대규모로 늘려 관찰할 경우 일정한 법칙을 찾을 수 있는 것을 뜻한다.
보험회사는 보험료와 보험금을 대수의법칙에 기초해 산정하기 때문에 총자산이 많을수록 이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경향을 보인다.
생명보험회사의 총자산 기준 순위를 9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동양생명 8위(26조3천억 원), 알리안츠생명 11위(16조9천억 원)에 불과하지만 두 회사를 합치면 5위(43조2천억 원)로 뛰어오른다.
안방보험그룹은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안방그룹홀딩스를 지주회사 격으로 두고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합병작업을 상대적으로 손쉽게 추진할 밑작업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안방그룹홀딩스는 동양생명에서 11월에 실시한 6246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 주주(33%)에 올랐다. 안방그룹홀딩스는 알리안츠생명의 100% 모기업이기도 하다.
안방보험그룹이 생명보험회사 2곳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경우 합병할 때보다 시너지가 적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에서 생명보험회사 2곳을 자회사로 동시에 둔 사례가 전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양생명은 저축성보험, 알리안츠생명은 변액보험에 강해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 방카슈랑스(은행 창구판매) 등 추가적인 영업망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합병되면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의 도입에 대비해 자기자본을 더 많이 늘려야 하지만 안방보험그룹의 막강한 자금력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안방보험그룹의 주력회사인 중국 안방생명보험은 지난해 기준으로 총자산 166조 원을 보유했다. 안방보험그룹이 최근 2년 동안 인수합병에 쓴 돈만 21조 원에 이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이 경쟁 회사들과 달리 새 보험회계기준에서 매출로 잡히지 않는 저축성보험 판매에 주력하는 점도 안방보험그룹의 자금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며 “동양생명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모기업의 지원의지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리안츠생명이 노사협약에서 직원들에게 3년 동안 고용보장을 약속한 점을 감안하면 동양생명과 단기간에 합병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안방보험그룹은 한동안 저축성보험 판매확대 등으로 알리안츠생명의 몸집을 불리면서 동양생명과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안츠생명은 조만간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선임 등을 논의하는데 안방보험그룹 측 인사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