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11월1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정몽구 회장의 외손녀 선아영씨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딸 정지이씨와 함께 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재도약을 위해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다.
현 회장은 올해 해운업 구조조정 회오리의 한복판에서 그룹의 주력이던 현대상선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내년에 ‘알짜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기반을 확대해 신사업 발굴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29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전일보다 8.51%(4500원) 오른 5만7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8일 871억 원 규모 전환사채를 취득하기로 하고 이를 현대글로벌과 현정은 회장에게 50%씩 매도청구권을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11월5일 발행한 무보증 사모전환사채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 회장은 현대글로벌 지분 84.9%를 보유하고 있는데 전환사채 50%를 사재로 사들이게 되면 현대엘리베이터에서 현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높아지게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벌은 현정은 회장과 장녀 정지이씨가 각각 지분의 84.0%, 7.9%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이번 거래는 현정은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배력 확대로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전환사채 인수가 끝나면 현 회장이 보유하게 되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8.7%에서 10.3%로 늘어난다. 현대글로벌이 소유하게 되는 지분도 8.5%에서 10.2%로 확대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지보수 매출이 늘어 이익이 증가하고 해외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이 연구원은 바라봤다.
그는 “터키 및 인도진출을 통해 해외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동남아 등 신규시장에서 매출이 늘어나면 단순한 국내 건자재업체로서 이미지도 차츰 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 회장은 현대증권에 이어 올해 해운업 구조조정의 격랑을 거치며 현대상선마저 떨어져나가는 아픔을 겪었다. 300억 원대 사재까지 털어넣으며 현대상선 지키기에 안간힘을 섰지만 현대상선은 40년 만에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되는 운명을 맞았다.
현 회장이 이끈 현대그룹 역시 과거 재계 1위였던 명성을 뒤로 하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등 몇 개의 계열사로 자산규모 2조 원대의 중견그룹으로 위상이 추락했다.
현 회장 개인적으로도 여성 오너경영인으로서 명성에 금이 간 한해를 보냈다. 해운업 부실의 책임론이 거셌고 박근혜 게이트가 터진 뒤에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
|
|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가 시장 1위를 지키며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은 현 회장에게 큰 힘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3분기에 매출 4477억 원, 영업이익 539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7.9%, 영업이익은 34.8% 늘어났다.
현대상선 관련 손실 이슈가 해소된 뒤 첫 분기실적인 4분기 실적전망도 밝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국내 승강기 업계 최초로 연 생산량 2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에만 의존해서는 현대그룹의 재도약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 신사업 발굴이 절실하다.
현대그룹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아산 등 주력 계열사를 주축으로 창업투자사 설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투자 등을 통해 신사업 발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내년에 착공할 현대차그룹의 105층 규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에 초고속승강기 납품을 위한 공개입찰에도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기술력으로 정면승부를 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