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이 치열해지며 삼성전자가 기술우위 확보와 퀄컴 등 대형 고객사 수주를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삼성전자가 자체개발한 AP ‘엑시노스’의 경쟁력을 확보해 스마트폰에 탑재비중을 높이며 외부공급도 확대해 위탁생산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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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스 장 TSMC 회장(왼쪽)와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 |
29일 외신을 종합하면 대만 TSMC가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공정기술력을 따라잡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TSMC는 올해 말부터 10나노 반도체의 대량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10월부터 10나노 양산을 시작하며 TSMC와 경쟁에 앞서나갔다.
대만 디지타임스 등은 TSMC가 10나노 공정의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해 애플의 AP(모바일프로세서) 양산에 차질을 빚으며 내년 상반기 아이패드 신제품의 출시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을 내놓았다.
TSMC는 이런 관측을 부인하며 “10나노 제품의 양산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내년 1분기부터 애플과 퀄컴의 고성능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TSMC는 퀄컴의 최신 AP ‘스냅드래곤835’의 양산을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냅드래곤835는 퀄컴이 최근 삼성전자의 10나노 공정으로 양산한다고 공식발표한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퀄컴의 고성능AP 물량을 모두 소화했지만 내년부터는 10나노 공정기술력을 따라잡고 있는 TSMC에 물량을 일부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TSMC는 내년에 7나노 양산을 시작하며 2019년 5나노, 2022년 3나노 미세공정의 양산계획도 발표했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생산성과 성능을 높일 수 있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자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기술개발에 효율성을 중요시하고 있지만 TSMC에 이어 인텔도 10나노 위탁생산 진출을 앞두고 있어 성능우위를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특허권 남용혐의로 1조300억 원의 역대 최대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으며 삼성전자와 협력관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 권고사항에 따르면 퀄컴은 삼성전자에 통신칩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거액의 스마트폰 통신특허료도 재산정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모바일AP 최대 고객사로 특허료를 재협상한다면 스마트폰사업에 큰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경우 퀄컴이 반도체 위탁생산을 TSMC에 맡기는 보복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
TSMC가 퀄컴과 훨씬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한데다 공정기술 경쟁력도 삼성전자를 따라잡는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선택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미국 인텔에 위탁생산을 맡길 가능성도 충분하다.
퀄컴은 올해 삼성전자가 애플의 AP 수주를 놓친 뒤 위탁생산 최대 고객사로 자리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퀄컴을 놓치고 TSMC와 인텔의 10나노 양산이 본격화되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만 매체들은 삼성전자의 10나노 공정 수율도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향후 위탁생산 고객사 확보를 점점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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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삼성전자가 자체개발해 생산하는 AP ‘엑시노스’ 시리즈의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려 자체 스마트폰에 탑재비중을 높이고 외부공급도 확대해 위탁생산에 의존을 낮춰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최근 중국매체들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S8에 탑재되는 ‘엑시노스8895’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35보다 구동속도와 그래픽성능이 소폭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이전과 같이 갤럭시S8에 퀄컴과 자체개발AP를 모두 탑재하며 국가와 통신사에 따라 구분해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성능에서 밀린다면 엑시노스 탑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엑시노스 시리즈의 성능경쟁력을 높여 더 많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하고 외부고객사도 적극적으로 확보하면 시스템반도체 실적에서 위탁생산에 의존을 낮추며 매출을 다각화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자율주행반도체 등 차세대 시스템반도체에 뛰어들려면 결국 설계능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위탁생산보다 자체개발 반도체의 성장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