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자회사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회사들의 경영실적이 이른 시일 안에 개선되기 어려운 데다 업황부진도 겹쳐 내년에도 자회사 매각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세번째 추진한 KDB생명 매각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 매각 또 무산, 산업은행 대형 자회사 매각 고전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중국계 자본이 제시한 가격이 산업은행의 예상보다 크게 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칸서스자산운용과 손잡고 만든 칸서스밸류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KDB생명의 지분 80.05%를 갖고 있는데 이 펀드의 만기를 내년 2월에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조기매각하려 했던 대우건설도 내년 1분기 사업보고서를 확인한 뒤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3분기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실사작업을 추진해 내년 초에 구체적인 매각 공고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대우건설이 사업보고서에서 ‘의견거절’ 판정을 받아 주가가 급락하자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생명보험업계와 건설업의 내년 경기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산업은행은 내년에도 자회사를 매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생명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의 ‘2016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생명보험회사들의 부채는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23조~33조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등에 영향을 받아 국내 주택시장이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최근 건설사들의 해외실적 부진 등이 겹치며 내년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KDB생명은 자본확충을 하고 대우건설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실적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점도 매각에 걸림돌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시장상황 여건이 좋지 않아 KDB생명과 대우건설의 매각이 불가피하게 미뤄지고 있기 때문에 매각 시기는 재조율할 것”이라며 “다만 3년에 걸쳐 매각하려했던 자회사들을 1년여 만에 상당부분 매각한 부분은 긍정적인 점”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비금융자회사 132곳을 매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 가운데 94곳을 매각했다.

중소∙벤처기업 79곳의 주식을 묶어 파는 패키지매각에 성공했기 때문에 올해 매각 숫자가 크게 늘었다. 산업은행은 22일 유암코(연합자산관리)와 주식양수도계약을 맺고 내년 1~2월에 매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다만 패키지매각을 통해 돌려받은 자금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매각에 성공한 중소∙벤처기업 79곳 가운데 70%가량이 매출 100억 원 이하인데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이 20% 미만인 곳도 38곳에 이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한국GM 등 대형 자회사 지분매각에서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며 “자회사를 매각해 정책금융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