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 해외건설 시장에서 녹록지 않은 흐름과 마주하고 있다.

다만 대우건설은 정원주 회장이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온 해외시장 다각화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건설 해외수주 부진에도 기대감 여전, 정원주 중동 의존 탈피 전략 볕든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겸 중흥그룹 부회장이 해외 수주에서 중동 의존 탈피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한국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105억4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인 132억1천만 달러와 비교하면 20.2% 감소한 수치다.

수주 건수 역시 올해 1~4월 17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2건과 비교하면 13.9% 줄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국토교통부가 내세운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는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한국 기업들이 해외건설 수주 371억 달러(약 51조4799억 원)를 달성하자 34.8%를 높여 500억 달러(약 69조3950억 원)를 올해 목표치로 설정했다.

국토부가 지난해 목표치 400억 달러 달성에 실패했음에도 올해 표적을 과감하게 높여 잡은 데는 연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최종 계약체결을 향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기업들의 역대 해외건설 수주에서 단일 프로젝트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은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사업이다. 수주액은 191억3천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0조 원)로 역대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의 수주액 80억3천만 달러를 2배 이상 웃돌 정도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규모는 24조~26조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프랑스 측의 법적 수단을 통한 제동에 최종 계약체결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주도의 팀코리아에 참여 중인 대우건설을 비롯한 민간 기업들에도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 달성에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다만 대우건설을 향해서는 체코 원전 사업 외에도 다양한 해외건설 수주를 통해 실적 성장의 바탕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히 크다. 연내 수주 성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후보군이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 있어서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우건설은 가장 비중이 높은 주택건축 부문에서 매출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외 부문의 역할이 필요한데 다행히 해외 전략지역의 유망 프로젝트들이 많다”고 말했다.

해외건설에서 대우건설의 강점은 무엇보다 수주가 예상되는 지역이 다양하다는 것이 꼽힌다.

올해 한국 건설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성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은 핵심 전략지역인 중동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에서 1월부터 4월까지 중동 지역의 비중은 지난해 74.2%에서 올해 53.1%로 줄었다.

중동에서의 수주 감소는 세계적 경기 침체 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를 오갈 정도로 낮은 수준을 보이는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여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은 돼야 중동 국가들의 재정 상황에 여유가 생기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해외건설 수주에서 주요 파이프라인(후보군)을 보면 중동 국가인 이라크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 아프리카의 리비아, 동남아시아 베트남 등으로 다변화됐다.
 
대우건설 해외수주 부진에도 기대감 여전, 정원주 중동 의존 탈피 전략 볕든다

▲ 대우건설 본사의 모습.


대우건설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비료공장 프로젝트를 통해 약 1조 원, 이라크 알포항 해군기지 공사를 통해 1조8천억 원, 리비아 인프라 복구공사를 통해 9천억 원 수준의 수주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에서는 끼엔장 신도시 사업이 현지법인 설립 및 주주계약이 진행되는 등 속도가 나면서 2026년부터는 대우건설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재 수주가 기대되는 프로젝트들이 모두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다 보니 구체적 수주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투르크메니스탄 비료공장 프로젝트의 수주가 계약에 가장 근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해외 다양한 지역에서 수주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게 된 것은 정 회장이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온 결과다. 정 회장은 근래 들어서는 인도, 인도네시아 등까지 해외 20여 개 나라에서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다.

정 회장은 해외 현장에서는 물론 올해 신년사에서도 여러 차례 “해외에 답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글로벌 디벨로퍼도 도약을 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