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SMC가 인도와 중동 국가, 싱가포르에서 모두 반도체 공장 투자 요청을 받았지만 이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대만언론 보도가 나왔다. TSMC 반도체공장 사진.
일본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률이 저조한 상황과 트럼프 정부의 압박으로 미국에 시설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하는 처지를 모두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1일 부품업계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TSMC가 여러 국가의 요청에도 대만과 미국, 일본과 독일에만 투자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 인도, 싱가포르는 최근 TSMC를 향해 현지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해달라는 요청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의 관세와 반도체 수출 규제 등 정책으로 각국에서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 데 따른 행보로 분석된다.
디지타임스는 특히 “중동 국가들은 TSMC의 공장 건설에 상당한 금전적 지원을 제공할 방침을 두고 있었다”며 “돈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에 가까웠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TSMC는 이들 국가의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현재 건설중인 해외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TSMC는 일본과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해 가동하고 있으며 추가 설비 증설도 진행하고 있다. 독일에도 반도체 신공장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TSMC가 대만 이외 국가에 반도체 공장을 늘리는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 및 관세를 비롯한 변수를 최소화하는 데도 긍정적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여러 국가의 투자 제안을 거절한 것은 공장 가동률과 재무 부담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트럼프 정부 압박으로 TSMC가 미국에 반도체 설비 증설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동시에 다른 국가에도 투자를 확대할 여력은 다소 제한됐기 때문이다.

▲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파운드리 제1공장.
TSMC가 현재 미국에서 겪는 여러 공급망 측면의 문제를 고려해 해외 투자에 효율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현재 TSMC 미국 공장은 대만과 달리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와 장비 공급사, 패키징을 비롯한 후공정을 담당할 협력사들이 주변에 위치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미국에서 제조한 반도체를 다시 대만 등 아시아 국가로 보낸 뒤 이러한 작업을 진행해야만 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는 데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중동 국가에는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며 TSMC가 이를 처음부터 구축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바라봤다.
TSMC가 일본과 같이 현지 고객사 기반이 약한 국가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해 충분한 가동률을 확보하지 못하는 일을 피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TSMC가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일본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은 여전히 낮은 수준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미국과 달리 현지 공장에서 제조되는 반도체를 사들일 고객사 기반이 충분하지 않아 가동률을 높이는 데 고전할 수밖에 없다.
인도와 중동 국가, 싱가포르에 TSMC가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한다면 이와 비슷한 문제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현지에 충분한 반도체 수요를 보장할 수 있는 고객사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결국 TSMC가 당분간은 이미 투자를 결정한 미국과 일본, 독일 공장의 원활한 공장 가동에 집중하며 가동률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다만 디지타임스는 TSMC가 중장기 관점에서 중동이나 싱가포르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