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 우연한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개발한 ‘불닭볶음면’으로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삼양식품의 연간 영업이익 눈높이도 어느덧 6천억 원대까지 높아졌다. <삼양식품>
라면업계에서 누구도 해보지 못한 ‘분기 영업이익 1천억 원 시대’를 열었는데, 시작에 불과하다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 우연한 기회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제품화한 ‘불닭볶음면’은 앞으로 회사가 연간 영업이익 5천억 원 시대를 넘어 6천억~7천억 시대를 여는 데도 강력한 엔진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삼양식품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하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의 측면에서 회사가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을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양식품은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290억 원, 영업이익 1340억 원을 냈다. 분기 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분기 매출로만 보면 지난해 2분기 매출 4천억 원 시대를 연 지 3개 분기 만에 5천억 원 시대로 직행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내내 분기별 800억 원대에 머물렀지만 단숨에 1천억 원대를 뚫어내며 퀀텀점프한 모양새다.
증권가 역시 삼양식품을 주목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과소평가했다며 ‘미안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목표주가도 줄줄이 상향조정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단숨에 삼양식품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50만 원 높인 170만 원으로 제시했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이날 삼양식품 리포트를 내면서 목표주가를 최소 15만 원에서 30만 원 이상 올렸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삼양식품의 성장세가 멈출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증권가 연구원들의 시각이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불닭이라는 지적재산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브랜드 파워와 고수익 구조가 맞물려 음식료업종 안에서 독보적인 실적 성장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또다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다”며 “비교 불가한 성장과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어 여전히 강력 매수 의견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모든 사업은 고성장세를 멈출 태세가 아니다.
삼양식품의 불닭 시리즈는 미국 주요 유통채널인 코스트코와 월마트, 크로거, 타겟 등에서 꾸준하게 판매량이 늘고 있다. 미국 법인의 1분기 매출 성장률은 77%에 육박한다.
유럽 시장에서도 네덜란드와 독일 등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삼양식품이 유럽법인을 설립한 것은 지난해 3분기인데 첫 분기 매출 27억 원에서 2개 분기 만에 246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해운 물류 지연에 따라 유럽으로 향하는 수출 물량이 1분기에 조금 차질을 빚었던 것을 감안하면 2분기 매출이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증권가는 보고 있다.
불닭볶음면의 파생 제품인 불닭 소스 역시 매출 증가율 83.6%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입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양식품이 7월부터 수출 물량 대응을 위한 밀양2공장의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실적 눈높이는 한 단계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밀양2공장은 6개 라인에서 라면을 연간 최대 6억9천만 개를 생산할 수 있다. 기존 생산량인 18억 개에서 단번에 물량이 40%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 불닭볶음면이 삼양식품의 실적과 기업가치를 동시에 견인하고 있다. <삼양식품>
삼양식품의 올해 분기별 실적 전망치는 이런 장밋빛 전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날 주요 증권사는 삼양식품이 1분기 영업이익 1340억 원을 시작으로 2분기 1400억 원대, 3분기 1500억 원대, 4분기 1600억 원대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연달아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삼양식품은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5천억 원을 넘어 내년에는 7천억 원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미 삼양식품이 내년에 영업이익 6790억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삼양식품뿐만 아니라 농심과 오뚜기 등 전통적인 라면시장 강자로 꼽혔던 다른 기업 누구도 달성하지 못해본 수치다. 삼양식품이 라면업계의 새 역사를 이끄는 선봉장이 될 것이라는 뜻과도 통한다.
김정수 부회장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신화를 이어가기 위한 채비도 마친 상태다. 김 부회장은 4월 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2023년 9월 대표이사에 오른 뒤 1년 7개월 만이다. 삼양식품은 이를 두고 김 부회장이 삼양식품의 최고경영자로서 관련 사업 및 포트폴리오 확장, 수출 다변화, 관세 대응에 주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물이 들어오고 있는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노를 확실히 젓겠다는 오너경영인의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신도 김 부회장을 자주 조명하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월 김 부회장의 삶을 다룬 기사를 내놓으면서 재벌가의 전업주부 며느리로 살다가 부도를 선언한 라면회사에 돌연 입사해 CEO까지 오른 점을 ‘한국 드라마의 한 장면 같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김 부회장을 ‘2024년 50세 이상 아시아 여성 50인’으로 꼽으며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한국에서 가족 소유 대기업을 이끄는 몇 안 되는 여성 리더 중 한 명이 됐다”고 평가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