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정인 콘텐트리중앙 대표이사 사장이 롯데컬처웍스와의 멀티플렉스 합병을 앞두고 콘텐츠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메가박스를 롯데시네마와 합병하기로 하면서 사업의 중요 축이 될 수밖에 없는 콘텐츠 관련 역량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5일 콘텐트리중앙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사업구조를 큰 틀에서 재편하는 듯한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콘텐트리중앙은 최근 콘텐츠 제작사인 ‘이매지너스’의 지분 10.3%를 368억 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이매지너스는 최진희 대표이사가 2021년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최진희 대표는 콘텐츠업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인물로 CJENM의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수장을 지냈다.
이매지너스가 만들어질 때 최 대표가 설립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업계에서는 가장 주목해야 할 스튜디오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트리중앙이 이매지너스 지분을 확보한 것은 홍정인 사장이 콘텐츠 제작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을 수 있다고 전했다.
콘텐트리중앙 사업은 크게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콘텐츠 사업부문과 멀티플렉스 등을 운영하는 공간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하지만 공간 사업부문은 곧 있으면 콘텐트리중앙의 곁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콘텐트리중앙은 최근 롯데쇼핑과 각 회사의 멀티플렉스 사업 자회사인 메가박스중앙·롯데컬처웍스 사이의 합병을 추진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콘텐트리중앙이 최근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 제작사 지분을 연달아 취득하고 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롯데컬처웍스가 시장 2위 사업자인 만큼 합병 후 존속 법인 혹은 최대주주는 롯데컬처웍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합병 후 콘텐트리중앙의 연결재무제표에서 메가박스가 제외되면 순수한 드라마 제작사로서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 지분율 등 합병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합병으로 멀티플렉스 사업이 콘텐트리중앙의 손을 떠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는 분석이다. 콘텐트리중앙에서 멀티플렉스 사업이 차지한 비중은 적지 않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 전체 매출의 30%가량이 멀티플렉스 사업에서 나왔다.
합병 이후 콘텐츠 사업부문만으로 콘텐트리중앙을 이끌어야 하는 홍 사장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콘텐츠 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홍 사장이 점찍은 이매지너스는 콘텐트리중앙 입장에서 눈독을 들일만한 회사이다. 이매지너스는 드라마와 예능 제작사 10곳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매지너스가 현재 제작하는 작품으로는 올해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 사랑 통역 되나요?’와 디즈니+ 오리지널 ‘북극성’ 등이 있다.
콘텐트리중앙 관계자는 “이매지너스는 우수한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향후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매지너스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까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기업가치 상승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투자 수익 확보는 노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콘텐트리중앙은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 콘텐츠 제작사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콘텐트리중앙의 자회사 SLL중앙은 4월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슬램’의 지분을 53%까지 확보했다. 2029년까지 100%를 취득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스튜디오슬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와 JTBC ‘싱어게인’ 등 굵직한 예능 콘텐츠 지적재산권(IP)을 가진 회사다.
콘텐트리중앙은 SLL중앙을 통해 국내 콘텐츠 제작 회사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SLL중앙의 1분기 매출은 1397억 원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의 매출 1338억 원을 근소하게 넘어섰다. 스튜디오슬램 등 콘텐츠 제작 자회사의 매출이 더해지면 스튜디오드래곤 매출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콘텐트리중앙 관계자는 “SLL중앙이 올해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판매 전략 변화 등으로 큰 폭의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