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1분기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내며 국내 경쟁 증권사 대비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한국투자증권을 영업이익과 순이익 국내 1위 증권사로 올린 데 이어 올해 역시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국내 리딩증권 지위를 더욱 단단히 하는 모양새다.
 
한국투자증권 '압도적' 1분기 실적, 김성환 '차별화'로 리딩증권 지위 굳힌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차별화 전략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15일 국내 주요 증권사 1분기 실적을 종합하면 한국투자증권은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5188억, 순이익(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4476억 원을 내며 국내 증권사 1위에 올랐다.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32%, 순이익이 22% 늘었다.

주목할 점은 2,3위 증권사와 실적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1분기 실적 2위인 미래에셋증권과 3위인 삼성증권은 각각 3천억 원 중반대 영업이익, 2천억 원 중반대 순이익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과 분기 영업이익 차이가 1700억 원대에 이르고 순이익 차이는 1900억 원에 육박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국내 증권사 1위에 올랐는데 당시 2위와 영업이익 차이는 500억 원대에 그쳤다.

국내 증권사가 한 분기에 5천억 원대 영업이익, 4천억 원대 순이익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번 분기 한 단계 높은 이익 수준을 보여준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깜짝 실적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금융지주의 보고서를 낸 9개 증권사는 모두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한국금융지주는 1분기 한국투자증권의 호실적에 힘입어 연결기준 영업이익 5296억 원, 순이익 4584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은 39%, 순이익은 34% 증가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은 당사 추정치 3591억 원과 시장 전망치(컨센서스) 3438억 원을 크게 상회했다”며 “경쟁사 대비 압도적 트레이딩 손익을 바탕으로 차원이 다른 이익 체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11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는 1분기 기업금융(IB)과 트레이딩부문 호실적으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며 목표주가를 기 10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높여 잡았다.

김성환 사장이 내세운 ‘압도적 넘버원’을 위한 차별화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사장은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문가로 명성을 얻은 뒤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본부장, IB부문 그룹장, 경영기획총괄 부사장, 개인고객그룹장 등을 거쳐 2024년 1월 대표에 올랐다.

PF를 시작으로 IB, 리테일, 전략, 운용 등 증권사 주요 사업영역을 두루 거친 전문경영인으로 단독대표를 맡아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다수의 주요 증권사들이 각 사업별 대표를 따로 두는 각자대표체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증권사 전 사업영역의 이해도가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실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자산관리(AM, Asset Mangement)부문을 키우는 등 체질개선에 힘을 실었다.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말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는 72조3천억 원으로 한 달 평균 1조5천억 원 규모의 신규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AM부문은 증권사 사업 자산 중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AM부문 확대는 향후 브로커리지와 IB, 세일즈앤트레이딩 등 다른 사업부문에서 더욱 적극적이고 과감한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 유수의 금융사와 협력을 확대하며 국내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투자증권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 점도 김 사장의 성과로 평가된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골드만삭스, 칼라일그룹, 앵커리지캐피탈 등 글로벌 주요 금융사와 협업관계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이번 달에도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존 월드론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만나 전략적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다.
 
한국투자증권 '압도적' 1분기 실적, 김성환 '차별화'로 리딩증권 지위 굳힌다

김성환 사장(오른쪽)이 5일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존 월드론(John E. Waldron) 골드만삭스 사장 겸 COO와 전략적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 맺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김 사장은 취임 첫 해인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국내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조 원대 영업이익 올린 곳은 여럿 있지만 순이익까지 1조 원 이상을 올린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국내 증권시장은 그동안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절대 강자가 없는 곳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1분기 좋은 실적 흐름을 올해 남은 기간 이어간다면 2년 연속 리딩증권을 지키며 굳히기가 가능한 셈이다.

이는 김 사장이 평소 강조하는 목표의 첫 시작이기도 하다. 김 사장의 시선은 이미 국내 경쟁을 벗어나 글로벌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5년 우리는 증권업 내 경쟁구도를 벗어나 압도적이며 동시에 완전히 차별화된 넘버원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취임사에서는 ‘아시아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내걸고 “한국투자증권을 한국 증권업계 리딩컴퍼니를 넘어서는 아시아 넘버원 증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평소에도 경쟁상대를 국내 증권사가 아닌 글로벌 테크기업들로 설정하고 직원들에게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전체 실적 전망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등 영업환경 변화가 실적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운용자산 규모가 가장 커 향후 한국은행 등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흐름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의 올해 주요 과제로는 하반기 종합투자계좌(IMA) 진출이 꼽힌다.

종합투자계좌는 증권사가 고객의 예탁금을 기업금융에 투자해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1호 종합투자계좌 증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투자증권은 신사업인 IMA 1호 사업자 유력 후보”라며 “1분기 발행어음 순이자마진(NIM)이 1.86%라는 점을 고려할 때 IMA에서 유사한 1%대 운용수익률만 기대해도 내년 이자수익 확대가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