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연소 초선 의원인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을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하면서 김 의원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을 끌고 있다.

김 의원은 1990년생 소장파로 김문수 후보와 정치적 입장과 세대가 모두 정반대 수준이다. 초선 의원의 '벼락 출세' 속에서 그가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겹겹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국힘 후보 김문수와 '정반대' 비대위원장 김용태, '벼락 출세'에 자기 목소리 낼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용태 의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김용태 의원이 15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해 사실상 당 대표 자리에 오른다. 대선 국면이라 김문수 대선 후보에 이어 '당 서열 2위'로 뛰어오르는 셈이다. 

앞서 김문수 후보는 12일 김용태 의원을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다. 

1990년생인 김 의원은 당내 최연소 의원으로 제22대 총선에서 경기 포천·가평에 출마해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당내 소장파로 비주류 정치 신인으로 분류된다.

김문수 후보가 김용태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한 일은 '예상 가능한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자신이 73세의 고령이라는 점에서 김용태 의원과 같은 34살의 '젊은 피'가 필요하다. 30대 당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 시절 경험해 봤다.

여기에 김 후보가 일관되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김 의원은 당내에서 탄핵 찬성파로 꼽힌다.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달리 자신이 통제 가능하면서도 본인의 '약점'을 보완하기에 좋다.

김 의원은 과거 12·3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 참여했고, '내란특검법'에도 찬성했다. 여기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갈아치우려 할 때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최고위원이었다. 

실제 김 의원은 지난 12일 김 후보와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홀로 채상병의 묘역을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사과드리고 싶다"며 "앞으로 국민의힘이 수사 외압을 밝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한 '젊음'을 전면에 내세운 유세 활동을 벌이며 자신이 당 쇄신의 상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 의원은 12일 김 후보와 함께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선거운동을 펼친 뒤 기자들을 만나 "젊은 보수 정치인으로서 뼈아프게 반성하며 사과한다"며 "젊은 리더십으로 국민들께서 놀라실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국힘 후보 김문수와 '정반대' 비대위원장 김용태, '벼락 출세'에 자기 목소리 낼까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021년 10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범보수 빅텐트' 구성을 염두에 두고 김 의원을 지명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김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사이 연결고리에 주목한 것이다.

김 의원은 과거 친이준석계로 분류될 만큼 이 후보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2022년 8월 당시 전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후보의 당원권 정지 징계 사태 당시 최고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반대했다. 2023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때는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으로 불리는 대표적 친이준석계 인물들과 당권에 도전했던 적도 있다.

김 의원은 12일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이준석 후보와는) 연락하고 싶을 때 연락하고 밥도 먹고 술도 먹는 사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후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다만 이 후보가 제 진정성만큼은 이해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김 의원의 정치적 공간이 넓기만 한 것은 아니다. 벌써부터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첫 번째 고비는 '윤석열 출당' 문제가 되고 있다. 김 의원은 12·3 계엄에 대해 사과하면서 윤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두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김문수 대선 후보가 '그런 일은 없다'면서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어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김 의원은 1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계엄은 분명한 잘못이며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메세지를 김 후보 입으로 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윤 전 대통령은 본인 재판에, 당은 미래를 향해 각자 집중해야 하며 출당은 예민한 부분이기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정식 임명되는 15일에 출당에 관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 후보는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에서 "자기가 뽑은 대통령을 탈당 시키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윤 전 대통령 출당 문제에 대해 김 의원과는 정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이준석 후보와의 빅텐트 구성 전망도 밝지 않다. 이 후보가 완주 의지를 드러내며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의원과 최근에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친한 사이는 맞다"면서도 "김 의원은 대리 사과 정도의 역할만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일화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들만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며 "김 의원이 내 성격을 잘 알기에 단일화 분위기만 풍기는 것이지 실제로는 단일화 하자고 연락도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정치권에선 김용태 의원이 결국 김문수 후보의 '장식품'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김 의원는 12일 대전현충원에서 김 후보가 촉박한 일정 등을 이유로 채상병의 묘역을 지나쳐 논란이 되자 나중에 따로 채상병 묘역에 참배했다. 김문수 후보가 빠뜨린 것을 채워지는 수준에 머물렀던 셈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3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김문수 후보나 당의 주류인 윤핵관들이 김용태 의원의 권위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을텐데 20일 정도의 '바지 사장'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벌써부터 김 후보가 선을 긋고 있어 '김용태를 통해서 당의 변화와 쇄신을 보여주겠다'라는 계획은 시도도 못하고 끝날 수 있다. 결국 주류 친윤계의 허수아비로 이용당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