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임신위험 폭염일'이 지난 5년 동안 전 세계 지역별로 증가한 수치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그림. 한국은 옅은 붉은색으로 채색돼 있으나 남부 지방은 옆나라 일본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 영향에 임신위험폭염일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클라이밋센트럴>
14일 국제 기후단체 '클라이밋센트럴'은 기후변화로 최근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임신위험 폭염일'이 약 2배 늘었다고 발표했다. 클라이밋센트럴은 전 세계 과학자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다.
임신위험 폭염일은 한 지역 일 최고기온이 역대 상위 5% 기온 기록을 넘어서는 날을 말한다. 기후변화로 커진 폭염 빈도를 신체 영향 측면에서 정량화하기 위해 클라이밋센트럴이 정립한 개념이다.
임산부의 폭염 노출이 조산과 부종, 호흡기질환, 장감염질환, 비뇨생식계통질환 등과 연관을 보인다는 의학계 연구에 착안해 개념을 정리했다.
클라이밋센트럴은 이번 분석을 위해 전 세계 국가, 해외영토, 속령 247곳의 2020~2024년 일 최고 기온을 집계했다. 그 뒤 집계한 자료를 인간이 기후변화를 일으키지 않은 상황을 가정한 기상 조건과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기후변화로 임신위험 폭염일이 연평균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 지역은 전체 247곳 가운데 222곳으로 약 90%에 달했다.
한국의 연평균 임신위험 폭염일은 29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10일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증가한 것으로 봤다.
전체 평균으로 놓고 보면 임신위험 폭염일 발생 빈도가 약 34% 늘어난 셈이나 남부 지방만 따로 놓고 보면 이보다 월등히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한국 국내 조사 대상 지역 11곳 가운데 부산, 대구, 울산, 창원 등은 전체 임신위험 폭염일 가운데 약 50% 이상이 기후변화 영향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후변화 영향에 임신위험 폭염일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서울, 수원, 인천 등 중부 지방 도시들은 대체로 기후변화 영향에 따른 임신위험 폭염일 증가세가 낮았으나 이들 지역 모두 연평균 30일이 넘어 남부 지방 지역들보다 위험일이 더 자주 발생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조산율은 2007년 5.2%였다가 2023년에 9.9%로 상승했다. 한 해 동안 태어나는 아이 10명 가운데 1명은 미숙아인 것이다.
클라이밋센트럴에 참여하고 있는 브루스 벡카 박사는 "오늘날 극심한 폭염은 전 세계 임산부에게 가장 시급한 위협 가운데 하나"라며 "화석연료 퇴출 등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지구를 위한 일일 뿐만 아니라 산모와 신생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