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영준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및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영업적자를 이어왔지만 1분기에 2개 분기 연속으로 실적 개선을 확인했다. 이 대표는 다만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애셋 라이트(Asset Light, 자산 경량화)’ 전략을 이어가 반등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비핵심 자산 경량화로 군살빼기 박차, 이영준 반등 불씨 되살리나

▲ 이영준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및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실적 개선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4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롯데케미칼의 해외법인에 관심을 지닌 투자자가 나타나며 비핵심 자산 매각이 속도가 날 조짐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전날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법인 LCI 지분에 관심을 지닌 투자자와 협의하고 있다”며 “한 차례 매각이 무산된 파키스탄 법인 LCPL은 현재 매각 마무리 단계로 7월이나 8월 절차를 마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다른 범용 제품 중심 해외법인 지분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 미국 모노에틸렌글리콜(MEG) 생산법인도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의 지분 매각 절차를 최근 진행했다. 

롯데케미칼이 비핵심 자산 매각 주된 배경으로는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이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4대 석유화학사 가운데 하나로 안정적 수익을 내며 그룹에서도 주요 수익원 역할을 수행했다. 재무구조도 우수해 2021년 말 기준 차입금은 3조5479억 원으로 순차입금 비율은 -6.1%에 그쳤다. 

하지만 중국발 공급과잉에 실적 부진이 이어졌고 지난해말 기준 차입금은 10조4054억 원까지, 순차입금 비율은 34.7%까지 늘어났다. 그 뒤 1분기 기준으로는 차입금 9조9925억 원, 순차입금 비율 31.4%로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과거와 비교하면 높은 재무 부담이 존재한다.

롯데케미칼은 결국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석화 비중을 줄이고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로선 업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적자 사업을 끌고 가기보다 과감히 털고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최근 수 년 동안 중국과 인도, 말레이시아 등을 중심으로 생산설비 증설이 이어져 동남아시아 석유화학 시장 공급과잉이 심화돼 롯데케미칼 주력 제품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수익성이 떨어졌다. 
 
롯데케미칼 비핵심 자산 경량화로 군살빼기 박차, 이영준 반등 불씨 되살리나

▲ 롯데케미칼 애셋 라이트 전략 개요. <롯데케미칼>

이에 따라 이영준표 ‘애셋 라이트(자산 경량화)’ 전략에 속도가 본격적으로 붙고 있는 상황이다. 애셋 라이트에는 범용 석화비중을 줄이고 고수익 스페셜티(특화 제품) 중심의 사업을 확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진행되는 자산 매각은 단순 적자 정리 차원을 넘어 첨단소재와 정밀화학 등 고수익 신사업 재원을 마련을 위한 포석이기도 한 셈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에셋라이트 전략을 통해 지난해부터 미국과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법인 등의 지분 유동화와 매각으로 1조7천억 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며 “현금흐름 개선과 이자비용 부담 축소가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이 대표는 실적 반등 기미가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현금흐름 중심의 엄중경영을 내세워 재무구조 개선에 고삐를 죄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9018억 원, 영업손실 1266억 원을 냈다. 매출이 0.1% 늘고 적자 규모는 2개 분기 연속 줄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공급과잉 심화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올해 낙관적 전망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현금흐름 측면에서 조심스레 올해 순유입 전환을 기대하고 2026년부터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내면서 투자여력까지 생겨날 것이다”고 내다봤다.

증권업계에서는 빠르면 올해를 영업흑자 전환을 점치는 전망도 나오지만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신홍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3년 동안의 길었던 적자구간은 3분기를 기점으로 종료가 예상된다”며 “중국 경기 회복으로 제품 가격이 유지되는 가운데 유가하락으로 제품 스프레드는 개선되고 있고 에셋 라이트 전략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애셋 라이트 전략의 차질없는 수행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년 만에 롯데그룹 화학군 대표가 교체되고 화학 계열 수장 13명 가운데 10명이 바뀐 가운데 화학군을 대표하는 소방수로 나선 만큼 맡은 임무도 막중하다.

이 대표는 3월 주주총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 고부가 사업구조로의 사업전환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현금 흐름 중심의 엄중한 경영을 변함없이 유지하겠다”며 “본원적 운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사 혁신 활동들도 계속 펼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