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프랑스 측의 소송으로 일시 정지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과 관련해 시일이 걸릴 뿐 최종 계약에는 차질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황 사장은 또 향후 유럽 원전 수출 전략과 관련해 소형모듈원전(SMR) 중심으로 추진할 뜻도 내놨다.
 
한수원 황주호 "체코 원전 계약 차질 없어, 향후 유럽 수출은 SMR 중심 추진"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8일(현지시각) 체코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한수원에 따르면 황 사장은 8일(현지시각) 체코 현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체코 내각회의에서 우리 계약 모든 것을 다 승인했기에 잘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코 원전 계약이 불발돼 8년간 노력한 것이 지연돼 몹시 송구스럽다"면서도 "조만간 잘 끝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대표단과 동행해 지난 7일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와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건설 사업 본계약을 현지에서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입찰에서 탈락했던 프랑스전력공사(EDF)의 계약금지 가처분 신청이 체코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며 체결식이 진행되지 못했다. 체코 정부에서는 항소를 준비하면서 한수원과 계약을 사전 승인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황 사장은 계약 연기로 인한 사업 차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준비했던 것이 지연되는 만큼 어느 정도의 손해는 생각할 수 있으나, 전체 사업 규모에 비해서 보면 그리 크진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코의 에너지 전환 일정과 국가적 수요에 비춰 이번 두코바니 원전 5, 6호기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황 사장은 "체코도 역시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 발전소를 일정 기한 내에 폐쇄해야 하는 만큼 전력을 대체하기 위한 시간이 별로 없다"며 "원전 사업이 체코의 국가적인 공익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체코 원전 우선협상자에 선정됐을 당시 제기됐던 저가 수주 논란도 일축했다.

황 사장은 "일률적으로 보기는 그렇지만 국내에서 신한울 3·4호기 예산이 1.4GW 한 호기당 6조 5000억 원 조금 안 되는데, 여기는 1.0GW다"며 "체코 원전은 국내 액수 대비 꽤 높은 수준으로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건설에서의 각종 리스크를 모두 대비하는 방법을 동원했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CEZ와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까지 협상에 다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원전 수출 전략과 관련해 앞으로 소형모듈원전(SMR) 중심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황 사장은 "법률적으로 몹시 복잡하게 된 동네에서 입찰로 뚫고 들어간다는 것이 잘못하다간 한수원의 힘을 다 빼버린다"며 "그럴 바엔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을 뚫자고 생각해서 노르웨이, 스웨덴에 가서 사인하고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이 바라보는 몇 개 SMR에 대비해서도 우리가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2009년 수주했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추가 공사비 정산과 관련해 모회사인 한국전력과 국제 중재에 들어간 것을 놓고는 정상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한수원과 한전은 1조 4000억 원 규모의 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정산 문제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를 요청하기로 했다. .

황 사장은 "양사 임원들끼리 협의해서 될 수가 없다. 책임 문제로 인해 중재로 가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면서 "한전과 일부 합의한 게 있는데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았고, 시간을 더 끌면 채권자 입장에선 우리에게 비용을 받을 의지가 없다고 볼 수 있어 업무상 배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모자 회사 사이에 국제 망신이라는 얘기는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며 "부자 간에도 돈 계산은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