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다이글로벌이 서울 성수동에 화장품 브랜드 티르티르의 플래그십 매장을 연다. <비즈니스포스트>
구다이글로벌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코스맥스, 한국콜마에 이어 이미 매출 기준으로 국내 5위 기업이다. 하지만 보유한 브랜드는 대부분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이사는 기존 브랜드의 국내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국내에서 이미 자리 잡은 회사를 인수하면서 영향력을 넓힌다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 계열의 화장품 브랜드 ‘티르티르’는 서울 성수동에 23일 플래그십 매장을 연다. 이 매장은 탬버린즈와 데이지크 등 화장품 브랜드 플래그십 매장이 밀집한 거리에 위치하며 모두 2개 층 규모로 조성된다.
‘티르티르’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중심으로 알려져 해외시장에서 성장한 색조 화장품 브랜드다. 2024년 5월 공개된 티르티르의 파운데이션을 소개하는 영상은 조회 수 2천만 회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브랜드 티르티르가 성수동에 플래그십 매장을 여는 것은 구다이글로벌이 국내시장 공략에 돌입한 것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화장품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꼽히는 구다이글로벌은 현재 티르티르를 비롯해 조선미녀와 스킨1004, 라카 등 색조 화장품과 스킨케어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 계열 회사의 2024년 매출은 모두 합해 약 9154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애경산업(6791억 원)보다 높은 수준으로 국내 화장품 산업에서 아모레퍼시픽(3조4778억 원, 화장품 부문)과 LG생활건강(2조8506억 원, 화장품 부문), 한국콜마(2조4521억 원, 전체·1조3352억 원, 화장품 부문), 코스맥스(2조1661억 원)에 이어 매출 5위로 올라선 것이다.
영업이익은 구다이글로벌 계열을 모두 합해 약 2600억 원으로 아모레퍼시픽(2227억 원, 화장품 부문)과 LG생활건강(1582억 원, 화장품 부문), 코스맥스(1754억 원), 한국콜마(1939억 원, 전체)보다 높다.
구다이글로벌의 사업 실적에는 해외시장에서의 성과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다이글로벌 브랜드들은 현재 쇼핑 플랫폼 아마존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스킨1004(클렌징 오일 부문 1위)와 조선미녀(아이세럼 부문 1위), 티르티르(파운데이션 부문 4위) 등이 품목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구다이글로벌은 이처럼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지만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로 거론된다.
대표 브랜드인 조선미녀의 매출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5% 이상으로 밝혀졌다.

▲ 구다이글로벌이 국내 화장품 산업 매출 5위로 올라섰다. <구다이글로벌>
구다이글로벌이 티르티르의 성수 플래그십 매장을 여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티르티르는 해외 매출이 국내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성수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 역시 국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최근 ‘한국판 로레알’을 만들겠다는 목표까지 밝혔다.
천 대표는 국내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브랜드의 인수합병도 고려하고 있다. 화장품 회사 서린컴퍼니의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이런 전략의 대표적 모습이다.
서린컴퍼니는 ‘독도토너’와 ‘자작나무 선크림’ 등 스킨케어 제품으로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 라운드랩을 운영하는 회사다.
‘독도토너’와 ‘자작나무 선크림’은 CJ올리브영의 인기상품 결산 행사인 ‘올리브영 어워즈’에서 각각 스킨·토너 부문과 썬케어 부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시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서린컴퍼니의 인수가는 5천억 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구다이글로벌은 2024년에도 서린컴퍼니를 인수하고자 했지만 당시 8천억 원 정도로 형성된 인수가에 대한 공감이 이뤄지지 않아 발을 뺀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인수가가 비교적 낮게 형성되면서 다시 서린컴퍼니 인수 카드를 만지게 됐다.
천주혁 대표는 처음 화장품 유통 회사로 구다이글로벌을 설립했지만 2019년 스킨케어 브랜드 조선미녀를 인수한 뒤로 여러 화장품 브랜드를 직접 인수해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2024년에는 화장품 브랜드 스킨1004를 운영하는 크레이버코퍼레이션과 라카를 운영하는 라카코스메틱스, 티르티르 등을 줄줄이 인수했다. 인수합병에 필요한 현금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다이글로벌의 2024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사업결합으로 현금 약 2476억 원이 빠져나간 한편 장기차입금으로 현금 약 2403억 원이 유입됐다. 이 과정에서 2023년 말 약 77%였던 부채비율은 2024년 말 약 119%까지 올랐다.
이번 서린컴퍼니 인수가 성공한다면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공룡이라는 평가를 받을 위치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서린컴퍼니의 2024년 실적은 매출 935억 원, 영업이익 250억 원으로 공시됐다. 구다이글로벌 계열 회사들과 합쳐지면 전체 영업이익은 약 3천억 원에 이르게 된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