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계정공유 금지 이어 배민과 손잡다, 최주희 '채찍과 당근' 멀어진 2위 탈환

▲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가 2024년 3월12일 열린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CJENM 사옥에서 열린 ‘티빙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티빙>

[비즈니스포스트]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가 ‘채찍과 당근’ 전략을 승부수로 던졌다. 계정공유 금지로 무임승차를 차단하고 배달의민족과 손잡고 신규 구독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다. 공짜 시청은 차단하는 동시에 배민클럽에 티빙을 결합해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티빙은 지난 2월 쿠팡플레이에 밀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3위로 내려앉았다. 쿠팡 와우멤버십이 무료 OTT 혜택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빼앗아간 결과다. 최 대표는 이러한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강경책과 유인책을 동시에 꺼내들며 반격을 모색하고 있다.

8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티빙이 웨이브와의 합병이 지연되면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더욱 공격적 전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티빙은 최근 계정공유를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가족 외 다른 사용자와 계정을 나눠 사용할 수 없도록 차단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도입한 계정공유 금지 정책을 벤치마킹한 조치로 무임승차를 막고 정식 가입자를 늘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계정 공유 금지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친구나 지인과 구독료를 나눠 쓰던 사용자들이 티빙을 떠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최주희 대표는 배달의민족과 손잡으며 반발을 잠재우려는 승부수를 던졌다. 티빙을 배달의민족 유료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에 결합해 새로운 구독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티빙은 배민클럽에 자사 OTT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클럽 회원이라면 추가 요금 없이 티빙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배민클럽 회원은 월 3990원(프로모션가 1990원)으로 배달비 무료, 장보기·쇼핑 쿠폰을 제공한다. 여기에 OTT 혜택까지 더해지면 ‘배달도 공짜, OTT도 공짜’라는 강력한 구독 상품이 탄생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티빙의 행보를 두고 ‘양면 전략’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계정 공유 금지라는 ‘채찍’으로 무임승차를 차단하고 배달의민족과 제휴해 ‘당근’으로 신규 구독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티빙의 이런 움직임 뒤에는 쿠팡플레이에 밀린 성적표가 자리하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은 2월부터 3개월 연속 쿠팡플레이에 밀려 업계 3위에 머물고 있다. 3월 티빙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705만 명으로 쿠팡플레이의 748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4월에도 티빙의 MAU는 651만 명, 쿠팡플레이 682만 명을 기록하며 격차는 줄었지만 여전히 뒤처진 상황이다.

티빙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국프로야구리그(KBO) 생중계를 제공하는 OTT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다만 쿠팡의 공격적인 멤버십 전략에 밀려 점유율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티빙 계정공유 금지 이어 배민과 손잡다, 최주희 '채찍과 당근' 멀어진 2위 탈환

▲ 티빙이 2026년까지 한국프로야구리그 중계권을 확보했으나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의 유료 구독 서비스 와우멤버십은 무료 배송과 쇼핑 할인 혜택에 OTT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까지 묶은 ‘통합 구독’ 모델이다. 사용자는 추가 비용 없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강력한 ‘잠금(록인) 효과’를 발생시킨다. 충성 고객층이 안정적으로 구축됐다는 의미다.

반면 티빙은 상대적으로 낮은 충성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다. 티빙은 지상파, 스포츠, 자체 콘텐츠 등 다양한 콘텐츠 라인업으로 차별화를 꾀했으나 쿠팡플레이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정식 구독자를 늘리겠다며 꺼낸 계정공유 금지 카드도 기대보다 반발이 크다.

실제 티빙의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프로야구 일정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야구 경기가 있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DAU가 150만~180만 명에 이르지만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는 120만~140만 명으로 급감한다. KBO 팬들 외에도 꾸준히 티빙을 구독하는 충성 고객층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최 대표는 2023년 취임 이후 안정적인 구독자 확보와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공격적 전략을 펼쳐왔다. 3년 동안 1450억 원을 투자해 KBO 중계권을 확보했고 토종 OTT 가운데 처음으로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며 수익 다변화에 나섰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 웨이브와 합병도 추진하고 있으나 합병이 지연되며 차선책으로 배달의민족과 손을 잡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티빙의 재무 성적표는 여전히 빨간불이다. 적자는 지속적으로 쌓여가고 있고 누적된 손실은 최 대표의 발걸음을 더욱 급하게 만들고 있다.

티빙은 2020년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티빙의 영업손실은 2020년 61억 원에서 2021년 762억 원, 2022년 1120억 원, 2023년 1420억 원으로 불어났고 2024년에도 710억 원의 손실을 냈다. 누적 영업손실만 4천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다만 배달의민족과의 제휴를 두고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쿠팡-쿠팡플레이와 배달의민족-티빙의 제휴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쿠팡플레이는 모기업 쿠팡의 와우멤버십에 포함돼 있어 소비자는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 요금 없이 누릴 수 있다. 반면 티빙은 배달의민족이라는 이종 업계와 제휴하는 만큼 추가 요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현재 배민클럽의 프로모션 가격은 1990원이지만 정가는 3990원이다. 티빙이 서비스에 포함될 경우 구독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티빙 관계자는 “배민클럽에서 티빙을 구독할 수 있도록 제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