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민들이 올해 3월 서울시 종로구 일대에서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에 두꺼운 옷을 껴입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 일대는 이같은 기온 반전 현상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농작물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5일 정부 발표와 학술지 등을 종합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반전 현상이 전보다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온 반전은 추운 날씨와 따뜻한 날씨를 가르는 표준 편차를 넘는 기온 변동이 며칠 이내로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상청 관측자료를 보면 지난 4월에도 국내에서 기온 반전 현상이 최소 두 번 이상 나타났다.
4월5일 기준 서울 평균기온은 8.0도를 기록했으나 3일 뒤인 8일에는 13.8도까지 급상승했다. 그 뒤로 기온은 꾸준히 올라 같은 달 11일에 16.2도를 기록했으나 이틀 뒤인 13일에는 5.5도로 돌연 급락했다.
다시 4월17일에는 19.7도까지 오르면서 기온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연구진은 이와 같은 기온 반전 현상이 최근 빈번해진 것은 기후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 중산 대학과 미국 프린스턴 대학, 유타 대학 등은 4월22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기후변화가 기온 반전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등재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1961년 이후 전 세계의 60%에 달하는 지역에서 기온 반전 빈도와 강도가 모두 오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공유된 사회경제적 경로(SSP)' 3.0-7.0 시나리오 등에 따르면 2071~2100년 시기에는 1961~1990년 시기와 비교해 기온 반전 빈도가 최대 6.73~8.03% 증가하고 기온 격차는 7.16~7.32% 커지고 반전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47~3.2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SSP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등 기후 연구 기관에서 사용하는 기후변화 예측 시나리오다.
지역별로 보면 세계에서 기온 반전에 가장 취약한 지역은 북위 30~60도 사이 동아시아, 북아메리카 동부, 남위 30~60도 사이 남아메리카 남부와 아프리카 남부 일대 등이 꼽혔다. 한국도 기온 반전 취약 지역에 포함된 셈이다.

▲ 경기도 의정부시에 피어 있던 목련꽃들이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에 냉해를 입고 시들어 있다. <연합뉴스>
웨이 장 유타 대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지구 온난화는 토양 황폐화와 지표 기온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이같은 변화는 인간 건강, 인프라, 작물 모두에 연쇄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 기관들도 이미 기온 반전으로 국내 농가에 피해가 발생할 것을 예측하고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달 11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기온 급변동에 따른 작물 피해가 우려된다며 냉해 대책 권고를 발표했다.
채의석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 과장은 "상습 저온 피해 우려 지역에 있는 과수 농가에서는 미세살수장치 등 저온 피해 경감 장치를 활용해 더욱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며 "기상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농촌진흥청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 서비스를 신청하고 개별 농장 단위로 제공하는 저온 위험 경보를 예의 주시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상청은 기온 변동에 더해 이상기후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이를 미리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경험하지 못한 날씨를 직면하고 있다"며 "기상청은 단기간에 급격히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을 면밀히 감시하여 기상재해로부터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