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식품업계가 고환율·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국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다. 

오리온은 누구나 알 듯이 해외사업 매출 비중이 높은 식품업체로 해외 판매는 대부분 수출이 아닌 현지 생산으로 대응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 부회장은 K푸드 열풍 속 기존과 달리 한국에서 만든 제품의 수출 물량을 늘리며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오리온 수출로 해외영토 더 넓힌다, 허인철 국내 증설로 매출 방아쇠 당겨

허인철 부회장이 해외 사업에 있어 현지 생산에 집중했던 기존과 달리 국내 생산 제품의 수출에도 더욱 힘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허인철 부회장.


30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쳐온 오리온의 해외사업 방향성에 전략적 변화가 감지된다.

오리온은 최근 “총 8300억 원을 투자해 매출 5조 원,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을 위한 글로벌 중장기 성장기반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부분은 내수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국내에 가장 많은 4600억 원을 투자하는 점이다. 최근 5년 동안 식품기업의 국내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나머지 3700억 원 중 2400억 원은 러시아 공장, 1300억 원은 베트남 공장 증설 투자에 투입한다. 

오리온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올해 중순 충북 진천 생산·포장·물류 통합센터(진천 통합센터) 착공에 들어간다. 준공되면 국내 생산능력은 기존 1조9300억 원에서 2조3천억 원으로 20%가량 늘게 된다.

진천 통합센터 건설로 늘어나는 생산능력은 대부분 현지 생산기지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지역 수출 물량을 대응하는 데 활용된다. 오리온이 보유한 국내 4개 식품공장 가동률은 60%대로 침체된 내수시장에서 대응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오리온은 현재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에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법인별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 41%, 한국 35%, 베트남 16%, 러시아 7%였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은 해외사업 비중이 높지만 현지 생산 판매에 주력해왔고 국내에서 수출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국내 생산을 늘려 미국, 유럽, 호주 등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앞세워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부회장은 내수 침체기에 오히려 국내 집중 투자를 통해 K-푸드 열풍에 올라탄 수출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은 삼양식품과 함께 국내 식품업계가 침체된 가운데도 단단한 해외사업을 바탕으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오리온과 삼양식품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해당하는 비중은 각각 65%, 77%에 이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오리온 17.5%, 삼양식품 19.9%였다.

다만 두 회사가 해외사업을 키운 과정은 완전히 다르다.

오리온은 1990년대 초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등 신시장으로 본격 진출을 결정하고 수출을 확대해오다 1997년 중국, 2006년 베트남과 러시아에 현지 공장을 준공한 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쳐왔다. 현지에서 생산할 뿐 아니라 각 시장 판매 제품도 현지 취향에 맞춰 한국 생산 제품과 다르게 출시된다. 반면 삼양식품은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뒤 K-콘텐츠를 타고 해외에 빠르게 알려지면서 2016년부터 수출 물량을 크게 늘렸다.
 
오리온 수출로 해외영토 더 넓힌다, 허인철 국내 증설로 매출 방아쇠 당겨

▲ 오리온 베트남 공장 전경. <오리온>


그런 만큼 오리온 한국 법인 매출에서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 비중은 7.7%에 불과하지만 삼양식품은 현재 해외 판매 물량을 모두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오리온 한국 법인의 미국 수출이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

오리온은 미국 내 젊은 층 사이 K-컬처 열풍 속 스낵 제품 ‘꼬북칩’ 인기가 늘면서 현지 판매 채널을 초기 한인마트에서 2019년 코스트코 일부 지점으로, 지난해 저가형 할인점 ‘파이브빌로우’, 생활용품점 ‘미니소’ 등으로 확대했다. 미국 코스트코에 입점한 ‘참붕어빵’도 인기를 끌며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허인철 부회장은 신세계그룹 출신 재무·조직 관리 전문가로 2014년 오리온에 영입돼 대기업 DNA를 심으며 회사를 완전히 바꿔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오리온은 허 부회장 체제 10년 만인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은 3조 원, 영업이익은 5천억 원을 넘어섰다.

증권업계에서는 진천 통합 센터 구축이  국내 사업 수익성 개선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진천 통합센터 투자와 관련해 “앞으로 국내 고정비 축소와 글로벌 수출 대응력 강화라는 이중 효과를 통해 오리온의 구조적 체질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수출 확대 레버리지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적인 투자”라고 분석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