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의 흑자전환을 위한 생산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한화그룹의 미국 내 조선사업 거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미국 조선산업의 장기 쇠퇴기를 거치면서 현재는 사업경쟁력이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시스템 필리조선소 안정화 집중, 손재일 '트럼프 정책'에 수주 기회 잡는다

손재일 한화시스템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의 사업경쟁력을 회복을 위해 시설투자와 인력 확보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손재일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는 미국 정부의 중국산 선박·중국 선사를 향한 제재로, 미국산 선박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만큼 필리조선소 경쟁력 회복에 집중해 수주 기회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한화시스템과 증권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시스템의 연결종속기업 필리조선소가 2026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의 조선소이다. 지난해 12월 한화시스템 60%, 한화오션 40%의 지분 비율로 1억 달러(1436억 원)에 한화그룹에 편입됐다.

다만 필리조선소는 낮은 생산성과 저가 수주계약 등으로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왔다. 올해도 1분기에도 매출 1164억 원, 영업손실 20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필리조선소는 노후화한 설비, 높은 임금 등에 따른 낮은 생산성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일정 지연 등을 비롯해 영업이익 개선기대가 어렵다고 판된된다”며 “인수 종결 뒤 한화그룹의 전략 방향성과 개선 방안을 유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은 29일 실적발표회에서 “현재 필리조선소의 정상화를 위해 도장, 후처리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며, 미국 정부의 인증을 받기 위한 시설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필리조선소는 현재 드라이도크 2곳에서 컨테이너선,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을 연간 1~1.5척 생산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시설투자를 통해 생산량을 기존보다 2배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설 투자와 함께 현지 조선소 인력 육성을 위한 견습 교육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이를 위해 국내 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교육과 조선소 운영 노하우도 전수하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2026년이 되면 과거 저가로 수주한 국가안보 다중임무 선박(NSMV) 3척, 심해 암석설치선 1척 등의 적자 수주물량을 털어내면서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변 연구원은 “아직 인수 초기인 바 한국 조선소의 공정 노하우와 기술을 접목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예상보다 실적 개선이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을 통해 미국 내 조선사업 거점을 확보하고 있 만큼, 트럼프 정부 정책에 수혜를 입을 공산이 크다. 

필리조선소는 상선 건조와 군함 유지·보수·정비(MRO)를, 현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오스탈은 군함 건조 등을 맡는다.  

미국 정부가 4월18일 발표한 중국 조선산업 제재에 따르면 올해 10월부터 중국산 선박에는 입항수수료 부과된다. 입항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글로벌 해운선사들 중국 조선소 대신 한국 조선소에 발주할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산 선박을 보유하거나 발주를 넣으면 입항수수료를 감면 받을 수 있으며, 2029년부터 미국산 선박을 활용한 액화천연가스(LNG) 의무수출 비중이 점점 늘어난다.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응해 한국 선사들은 미국 내 LNG운반선 건조 역량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커졌으며. 한화그룹이 선제 확보한 필리조선소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한화시스템 필리조선소 안정화 집중, 손재일 '트럼프 정책'에 수주 기회 잡는다

▲ 상공에서 바라본 필리조선소의 전경(분홍색 부분). <한화오션>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리조선소는 LNG운반선을 건조하기 위해 최적화된 방향으로 시설투자할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인근 부지를 확보해 신규도크를 확보 새 도크를 건설하는 ‘그린필드’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필리조선소의 4번 도크 폭이 범용 LNG운반선 블록을 얹을 수 없는 규모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시스템은 본업인 방산 사업에서의 우량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미국 필리조선소, 오스탈 등 해외 조선소 인수주체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모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정점으로 하는 한화그룹 조선·방산 사업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3조6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8천억 원을 필리조선소, 오스탈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해외조선업체 지분투자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잡아놨다.

손재일 대표는 2022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이끌고 있으며, 2024년 8월부터 한화시스템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