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1분기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실적 경쟁이 ‘대손비용’에서 판가름났다. 삼성카드가 실적에서 또 다시 신한카드를 앞지르면서 이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지 주목 받는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삼성카드가 1위를 차지할 경우, 카드업계 전통적 강자 구도의 재편을 얘기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신한카드의 오랜 아성이 무너지는 것이다. 업계 1위 탈환과 수성을 위해, 두 카드사 모두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카드 1위'로 업계 재편되나, '영업 우위' 신한카드 대손비용 탓에 밀렸다

▲ 삼성카드가 올해 연간 실적에서도 업계 선두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1분기 실적으로 미루어 볼 때 올해 카드사 실적 경쟁에서 삼성카드가 선두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카드는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 기준)으로 1844억 원을 냈다. 2024년 1분기 1779억 원보다 3.7% 늘었다.

반면 신한카드의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 기준)은 1357억 원으로 1년 전(1851억 원) 보다 26.7% 줄었다.

삼성카드가 신한카드를 487억 원 앞선다.

다만 순이익이 아닌 영업수익을 보면 신한카드가 우위를 차지한다.

1분기 영업수익은 신한카드가 1조4754억 원, 삼성카드 1조341억 원을 거뒀다. 영업활동 등으로 벌어들인 돈은 신한카드가 많았다는 뜻이다.

충당금적립전이익에서도 신한카드는 4364억 원, 삼성카드는 4189억 원을 냈다.

두 카드사의 실적은 대손비용을 반영하면서 역전됐다. 신한카드의 대손비용이 삼성카드를 큰 폭으로 웃돌았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대손충당금전입액으로 삼성카드(1740억 원)보다 817억 원 많은 2557억 원을 반영했다.

카드사는 카드이용금액이나 카드대출 금액 가운데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미리 적립하면서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한다. 카드사 연체율이 오르면 회수불가 예상 금액이 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삼성카드가 1년 전보다 대손비용을 0.7% 줄인 반면 신한카드 대손비용은 1년 사이 13.8% 늘었다.

아직 1년 성적을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지만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실적에서도 삼성카드가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셈이다.

삼성카드가 10년 만에 신한카드를 제친 2024년 두 카드사의 순이익 차이는 925억 원이었다. 2024년 3분기까지는 신한카드가 1위로 앞서가다 4분기 일회성 퇴직비용을 반영해 1위를 내줬다.

다만 아직 3개 분기가 남아있다. 반전을 꾀할 시간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남은 기간 신한카드는 실적 회복에, 삼성카드는 1위 굳히기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핵심 요소에는 역시 건전성 관리가 있다.

신한카드는 연체율 관리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 1위'로 업계 재편되나, '영업 우위' 신한카드 대손비용 탓에 밀렸다

▲ 박해창 신한카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5일 신한금융지주 콘퍼런스콜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유투브 갈무리>


박해창 신한카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5일 신한금융지주 콘퍼런스콜에서 “연체율 상승의 주요 원인은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서다”며 “지난해 3분기부터 금리가 하락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고 있었는데 탄핵 이슈가 발생하면서 연체율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박해창 최고재무책임자는 다만 “이제 탄핵 이슈도 정리가 됐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 자영업자나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체율이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한카드는 4월부터 기존 콜센터 이외 연체금액을 직접 회수하는 조직도 새롭게 꾸렸다. 이에 3분기 이후 연체율 개선과 실적 정상화를 전망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신용판매·카드대출·할부·리스 등 상품자산 증가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보수적 리스크 관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삼성카드의 카드사업 취급액은 43조78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1% 늘었다.

다만 자산증가에도 1분기 말 기준 연체율(1개월 이상)은 1.03%로 관리됐다. 2024년 1분기 말보다 0.04%포인트 내린 수치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28일 보고서에서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높은 수준의 대손비용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삼성카드의) 보수적 관리 기조를 고려했을 때 우려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