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8일(현지시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시내 모습. 일부 전력망이 복구돼 가로등에는 불빛이 들어오고 있으나 주택가나 전차에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포르투갈 국가 전력망 운영사 REN은 28일(현지시각) "극심한 기온 변화로 인해 초고압 송전선에서 '이상 진동' 현상이 발생했다"며 "이는 유럽 전역에 걸친 전력망이 연쇄적으로 교란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이 전했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리스본 등 주요 남부 유럽 대도시에서는 주택가부터 신호등, 전철, 상가 등 각종 인프라까지 전기가 끊겼으나 이날 오후를 기점으로 일부 망이 복구돼 재가동을 시작했다. 다만 아직 주택가, 기차역, 시내 전차 등에는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가디언은 대기 온도의 급격한 변동이 전력망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관련 업계에 이미 잘 알려져 있으나 이 정도로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게오르그 자크만 벨기에 싱크탱크 '브루겔' 선임연구원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전력망 주파수가 진동 현상에 유럽 송전망 표준인 50Hz 이하로 떨어지면서 프랑스를 포함해 여러 발전소에서 연쇄적 단전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타코 엥겔라르 전력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매니저도 가디언을 통해 "온도 변화가 일어나면 도체의 물리적 특성이 약간 변하게 된다"며 "이 때문에 주파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급격한 기온 변화 현상은 기후변화 영향에 최근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22일(현지시각) 중국과 미국 연구진이 합작해 국세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등재한 논문에 따르면 1961년 이후 전 세계의 60%가 넘는 지역에서는 기온이 짧은 기간 내에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온 반전' 현상이 산업화 이전보다 잦아졌다.
다만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당국은 아직 공식적으로 무엇이 정전 사태의 원인이었는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당국은 이번 사태가 사이버 테러 행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 이사회 의장은 가디언을 통해 "사이버 공격이었다는 증거는 없다"며 "하지만 아직 최종 원인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